'검찰공화국' 우려는 어디로? 형사사법체계 대전환이 목전인데..정책검증 실종된 '한동훈 청문회'
[경향신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9~10일)는 법무행정의 밑그림도 확인하지 못한 자리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후보자 자녀의 ‘스펙쌓기 의혹’에 집중하느라 정책검증에 소홀했고, 한 후보자는 “말씀 새기겠다”,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했다. 국민의힘은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한 후보자의 입에서 끌어내는 데만 집중했다. 70여년만의 형사사법시스템 대전환을 앞두고 있음에도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검찰의 인력·직제·예산 개편 방안 등에 대해서는 생산적인 토론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지명되자 ‘검찰공화국’, ‘윤석열 정부의 소통령’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나 정작 이런 문제를 따져야 할 본무대에선 밋밋하게 변죽만 울렸다.
예를 들어 한 후보자는 검찰 업무의 최우선 순위가 정치적 중립성 회복이라고 하면서 그 방안으로 ‘독립성 확보’만 언급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예산 독립 편성 등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보장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참여정부 이후 ‘검찰의 독립성이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기조 아래 검찰개혁을 추진해왔다. 그런데도 한 후보자의 ‘검찰 독립성=검찰의 정치적 중립’ 논리의 맹점을 파고들지 못했다. ‘검사와 전화통화나 사적모임을 하더라도 수사 관련 얘기는 하지 않겠느냐’는 식의 질의만 수차례 오갔다.
검찰 인사도 중요한 이슈이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에 그 대통령의 최측근 검사 출신이 한 후보자인 터라 ‘윤석열 사단’이 검찰을 장악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한 후보자는 “정권 유불리와 관계없이 인사에서 불이익 주지 않겠다”, “실력과 공정에 대한 의지를 기준으로 인사를 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특정 세력의 검찰 장악을 막기 위한 보다 구체적 방안을 추궁하는 민주당의 질문도, 한 후보자의 답변도 없었다.
4개월 뒤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검찰의 기능과 역할은 대전환을 맞게 된다. 그러나 그에 따른 검찰의 조직·인력·예산 개편 방안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한 후보자는 서면 답변에서 “현행 수준 유지”(특활비), “자연스러운 재배치”(인력) 등의 추상적 답변만 했다.
윤 대통령은 법무부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능을 넘기겠다고 했다. 이를 놓고 공직자 검증 자료가 검찰 수사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대해서도 한 후보자는 “내부적으로 정보의 월(Wall·벽)을 쳐야 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공직자 인사검증 자료가 검찰 수사에 활용되지 않도록 법무부 내에 차단막을 두겠다는 것이다.
범죄예방·교정, 인권, 출입국·외국인 정책의 구체적인 밑그림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한 후보자는 이주민 증가 등을 감안해 법무부 산하의 출입국관리본부를 법무부의 외청인 이민청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자녀의 출생신고를 허용하는 출생등록제에 대해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공약인 성범죄 무고죄 형벌 강화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무고죄를 두려워하여 피해사실 신고를 꺼리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되고, 악의적 무고로 인해 억울하게 범죄자로 낙인 찍히는 사람이 생겨서도 안된다”며 다소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법무부 소관 사항인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는 “취지에 100% 공감한다. 취임하면 열린 마음으로 정교한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일 “제일 고심하고 빨리 내놓아야 할 정책이 형사사법시스템 변화에 따른 인력·직제 개편 방안인데 질문도 없고 답변도 없었다”며 “당장 닥친 문제에 대한 해법은 논의되지 않고 신상검증에만 시간을 썼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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