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살 대학 1학년생이 있다면 같은 학번 어느 학생에게는 아저씨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최광호는 스물일곱 살에 프로 1년생으로 출발했다. 그렇다고 기록을 찾아볼 정도로 늦깎이는 아니다. 서른 살 넘어 프로 초단을 딴 사람이 여럿 있다. 저 멀리 훨씬 높을 곳을 바라볼 때 그곳에 가기엔 나이가 차 보인다는 것은 순전히 구경꾼 느낌이다. 언제나 지금 시작하는 것은 가장 빠르지는 않아도 결코 늦지 않은 법이다. 대학에서는 학점이 시들시들한 학생이라도 해가 바뀌면 학년이 올라간다. 프로 바둑계에서는 새 달력이 나올 때 덩달아 단이 오르지 않는다. 이겨서 기본 점수를 따야 한다. 올해 프로 5년생 최광호는 이미 2021년에 5단에 올랐다. 5년 동안 158승을 쌓으며 승률 56%를 올렸다. 2021년 한 해에만 100판을 두어 52승을 땄다. 18 경기에 더 나가면 프로 통산 300판을 채운다.
지금 형세로는 백이 왼쪽에서 살면 쉽게 이긴다. 최광호가 쉽게 사는 길을 보지 못한 증거가 백46이다. <그림1>이면 백이 깔끔하게 산다. 이겼다는 외침과 같다. 흑47로 친 그물이 헐렁했다.
<그림2> 흑1에 바로 막으면 백도 바짝 신경을 써야 한다. 2를 찾아 먼저 두어야 흑11이 와도 백이 유리한 수싸움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