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워홈 장남, 건강한 모친까지 후견인 청구

"치매로 판단능력 흐려졌는데
세자매, 부모재산 처분 우려"
법원에 성년후견 심판청구
자매측 "후견인 필요 없어"

아워홈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 갈등의 불씨가 고령의 부모 재산으로까지 옮겨붙었다.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부친 구자학 아워홈 창립자(명예회장)뿐만 아니라 모친 이숙희 여사(이병철 삼성 창업주 차녀)에 대해서도 성년후견을 신청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구 전 부회장은 "부모에게 치매 증상이 있고 세 자매(구미현·명진·지은)가 부모 재산을 처분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취재에 따르면 구 전 부회장은 지난해 6월 24일과 7월 19일 서울가정법원에 부친과 모친을 상대로 각각 성년후견 개시 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6월 경영권 다툼에서 세 자매에게 밀려 대표에서 해임된 직후다. 부모가 고령이나 질병, 장애 등으로 의사 결정이 어려우니 본인을 후견인으로 선임해 달라는 취지다. 후견인으로 지정되면 피후견인의 재산 관리를 포함한 법률행위를 대신할 수 있다. 구 전 부회장은 모친에 대해 성년후견을 신청했다가 지난 2월 한정후견으로 청구 취지를 바꿨다.

구 전 부회장은 성년후견을 신청한 이유로 '부모의 재산 일실 위험'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가 치매약을 복용하는 등 판단 능력이 흐려진 상태를 이용해 세 자매가 부모 재산을 처분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구자학 명예회장 금고에 보관돼 있는 자신의 자산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자학 명예회장 부부와 세 자매는 이런 주장에 대해 "구자학 명예회장의 건강과 재산은 본인 의사에 의해 잘 관리되고 있어 후견인이 필요 없다"며 맞서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지난 4월 중순 가사조사관 면담 이후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본안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법원의 1차 판단에선 구 전 부회장이 졌다. 그는 △부친에 대한 면접교섭 요청 △금고 개문 금지를 요구하며 지난해 6월 사전처분을 냈지만 법원은 '세 자매가 구 전 부회장과 부친의 만남을 방해하고 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금고는 구 명예회장 지문으로만 접근 가능해 자산 유출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구 전 부회장은 이 판단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최종 기각됐다.

법원은 그동안 수차례 양측 의견서를 제출받고 사건 당사자에 대한 면접 조사를 마쳤다. 구자학 명예회장은 이달 25일, 이숙희 여사는 다음달 14일 첫 번째 심문기일이 예정됐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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