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목격 현지인, 한국 법정에 선다

남베트남 민병대원 첫 증인채택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4월 25일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 진실규명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뉴스1

베트남 전쟁 민간인 학살에 대한 책임을 묻는 대한민국 상대 민사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당시 현장을 목격한 남베트남 민병대원이 오는 8월 한국 법정에 선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과 관련한 첫 베트남인 증인 신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10일 베트남인 여성 응우옌 티탄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공판에서 남베트남 민병대 출신 응우옌 득쩌이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원고 응우옌씨 측 요청에 따른 것으로, 신문은 8월 9일 진행된다.

증인으로 나설 응우옌씨는 남베트남군의 무전을 통해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마을 학살 내용을 전해 듣고, 한국군이 학살 현장에서 이탈한 직후 현장으로 진입해 희생자들을 구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총격 소리를 듣고, 퐁니마을이 불타는 장면을 목격한 인물이기도 하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임재성 변호사는 "응우옌 득쩌이씨는 이번 소송을 통해 배상 여부를 떠나 진실을 발견하는 절차에 함께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민변에 따르면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1대대 1중대 소속 군인들은 1968년 2월 12일 퐁니마을에 들어가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 74명을 학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건 당시 8세였던 응우옌 티탄씨는 총격으로 복부에 부상을 당했고 가족들 역시 죽거나 다쳤다. 그는 2015년부터 한국에 피해사실을 알리고, 한국 정부에 문제해결을 촉구해왔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