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통합의 정치하기를"..여의도·용산·청와대 가득 채운 희망들(종합)
종로선 '청와대 개방'.."역사적인 일, 영원한 추억될듯"
(서울=뉴스1) 사건팀 = "지난 시간 동안 사회가 많이 분열됐는데 이제는 통합, 포용의 언어로 품어주는 정치를 하면 좋겠어요."
10일 오전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를 찾은 이한웅씨(58)가 고등학생 딸의 손을 꼭 잡으며 한 말이다. 경북 포항에서 왔다는 이씨는 "딸이 고2인데 오늘이 역사적인 날이고 딸한테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기도 해서 왔다"며 미소를 지었다.
취임식을 비롯해 청와대 개방행사에서 만난 시민들은 일제히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한 용산 지역 주민들도 걱정보다는 희망을 얘기했다.
노란색 한복을 차려입은 아들과 국회를 찾은 노진수(53)씨는 "아들에게 대통령 취임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보여주고 싶어서 (사전 초청에) 응모했고 당첨돼 왔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에서 왔다는 박모씨(58·여)도 "전남은 민주당이 강세지만 윤석열 후보가 상식과 공정에 맞는 후보라는 생각에 뽑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날 취임식에는 사전 초청된 4만1000여명이 참석했다. 사전행사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여의도공원까지 100미터에 달하는 긴 줄이 늘어섰다. 취임식장 앞은 태극기와 장미 등을 판매하는 가판대가 들어섰다. 여의도공원과 인근 도로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버스로 가득찼다.
시민사회단체의 집회 및 시위도 열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날 오전 9시5분쯤 서울 지하철 5호선을 타고 광화문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이동한 뒤, 취임식이 열리는 국회 인근 여의도공원까지 장애인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도보 행진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열차에 오르기에 앞서 "누구도 차별 받지 않는 대한민국 사회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화분을 들고 기어서 열차에 탑승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여의도에서 개최된 집회는 총 3건이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도 낮 1시쯤 국회 앞 단식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농성장 뒤편에서 취임식을 마친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공정한 세상, 양극화와 사회갈등을 풀어갈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은 평등의 원칙 없이 결코 세울 수 없다"며 "국제사회가 한국 사회에 수 차례 권고하고 긴 시간 요구한 것이 바로 차별금지법 제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선 용산구 삼각지역 일대에서는 47개 환경단체가 모인 한국환경회의가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의 환경·에너지 정책을 비판했다. 이들은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대응을 최우선 정책기조로 삼아라"고 요구했다.
이밖에도 윤 대통령을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삼각지역 일대에 몰렸고, 국방부 앞은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로 물결을 이뤘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왔다는 강모씨(48·여)는 "시민들과 소통을 위해 집무실도 옮긴 만큼 친근하면서도 강단 있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취임식을 위한 교통통제와 많은 인파로 주변 시민들이 교통 불편을 겪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여의서로, 국회대로, 의사당로 등 국회의사당 인근 도로를 전면 통제했다. 통제구간을 지나는 버스 노선 18개도 우회 운행했다. 지하철 5호선은 전장연의 시위로 잠시 멈췄으나 오전 9시35분부터 재개됐다.
대통령 집무실을 떠나 보낸 종로구에서는 이날 오전 74년 만의 '청와대 개방' 행사가 열렸다. 첫날에는 앞서 선정된 국민대표 74인과 사전 신청에서 당첨된 2만6000명의 일반 관람객들이 관람길에 올랐다.
학생 7명과 함께 국민대표로 초청된 청와대 인근 매동초등학교 교장 장영희씨(55·여)는 "국민에게 처음으로 개방되는 청와대에 와보게 돼 감격스럽다"며 "국민들과 함께하는 청와대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반 관람객으로 청와대를 찾은 최기열씨(67)는 "청와대라는 공간이 국민들에게 열린 곳이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개방된 북악산 등산로를 찾은 성북구 주민 류재택씨(62·남)는 "청와대 등산로가 일반에 개방된다는 것은 역사적인 일"이라며 "영원히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soho090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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