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아동학대 수사 부실해진다고?

이웅 2022. 5. 1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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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수사 이의신청 주체에서 고발인 제외되자 일각에서 우려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아동학대 사건은 전부 검찰에 송치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검찰 수사권 분리를 위해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고발인 이의신청권'을 삭제한 데 대한 비판이 크다.

특히 피해자 스스로 고소하기 어려워 제3자의 고발로 수사가 이뤄지는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경찰이 부실수사한 뒤 사건을 종결해도 보완수사를 요구할 길이 막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래는 경찰 수사가 미비하면 고발인의 이의신청으로 사건을 검찰로 넘겨 보완수사할 수 있었으나 앞으론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경찰 출신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은 최근 라디오·언론 인터뷰에서 "수사 현장에서는 아동학대 사건은 그(경찰 수사) 결과가 기소 의견이든 불기소 의견이든 모든 사건을 다 검찰에 보내도록 하고 있다"며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아동학대 사건은 모두 검찰로 송치되기 때문에 고발인 이의신청이 필요 없는 걸까?

'정인아 미안해'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등 관계자들이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모에게 징역 35년형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법원 3부는 이날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를 받았던 양부 안모씨도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2022.4.28 kane@yna.co.kr

경찰청에 확인한 결과 경찰이 입건해 수사한 아동학대 사건은 2016년 2천992건, 2017년 3천320건, 2018년 3천696건, 2019년 4천645건, 2020년 5천551건, 2021년 1만1천572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데, 당해 검찰로 송치한 사건 전체 건수와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범죄 사건을 수사한 뒤 기소 의견 사건만 검찰로 넘기고(송치)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한 사건은 기록만 검찰로 보내고(송부) 있다. 반면 아동학대 사건은 다른 사건들과 달리 불기소 의견 사건까지 빠짐없이 송치하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2014년 제정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른 것이다. 이 법 24조는 사법경찰관(경찰)은 아동학대범죄를 신속히 수사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도록 규정하는데, 모든 사건의 조건 없는 송치로 해석된다.

방유진 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장은 "아동학대 사건은 기소 의견이든, 불기소 의견이든 전(全)건 검찰에 송치한다"며 "경찰 내부 규정이나 지침이 아니라 아동학대처벌법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정폭력 사건도 마찬가지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 7조에 사법경찰관은 가정폭력범죄를 신속히 수사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게 돼 있다.

정리해 보면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사건은 경찰 수사 후 모두 의무적으로 검찰에 송치하기 때문에 고소·고발인의 이의신청 여부가 사건 송치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기소 결정에 필요한 보완수사를 경찰에 요구하거나 직접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통과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속에 형사소송법 개정안 표결이 이뤄지고 있다. 2022.5.3 [국회사진기자단] uwg806@yna.co.kr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해 9월10일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은 수사·기소 분리를 실현하기 위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축소하고 부당한 별건 수사를 금지한 것이 골자다. 하지만 법 개정 뒤 논란은 무분별한 고발을 막기 위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삭제한 데 집중됐다.

형사소송법 245조의7은 고소인·고발인·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해당 사법경찰관의 소속 관서 장에게 수사에 대한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이 경우 사법경찰관은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고발인은 이의신청 주체에서 제외된다.

이는 피해자의 권리구제에 고발인의 역할이 중요한 아동·지적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피해 사건이나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거나 드러나지 않는 공익적 고발사건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신청까지 막아 사건이 묻힐 수 있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이 같은 비판은 타당한 면이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는 실제 경찰 수사에 비춰볼 때 비판이 잘못됐다는 권은희 의원의 지적은 사실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염전노예 사건 등에서 장애인 권익보호에 앞장서 온 최정규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변호사)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권익옹호 단체나 기관이 고발할 수밖에 없는 중증 장애인 사건의 경우 고발인 이의신청권이 사라지면 공백과 제약이 생기겠지만 보완수사를 요구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며 "검찰 직권으로도 경찰에 보완수사나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직권 발동을 촉구하는 민원제기가 가능한데 강제할 방법이 없는 검찰을 움직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소대리인의 자격에는 제한이 없기에 피해자(장애인)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가 분명하다면 고발이냐 고소냐는 기술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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