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도착한 문 전 대통령 "이제 완전 해방·자유인..제2의 삶 기대"

양산|정대연 기자 2022. 5. 1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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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평산마을 곳곳 ‘환영’ 플래카드
지지자들·보수단체 마찰 일기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0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도착해 꽃다발을 건네준 화동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강윤중 기자


“저는 이제 완전히 해방됐습니다. 자유인입니다. 제 아내와 함께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잘 살아보겠습니다.”

9일 자정을 끝으로 대통령직 임기를 마치고 자연인이 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10일 오후 2시50분 사저가 마련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마을회관 앞에 모인 주민들과 지지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곳 평산마을에서 보내게 될 제2의 삶, 새로운 출발이 정말 기대된다”며 “이제 평산마을 주민들과 함께 농사도 짓고, 막걸리도 한잔 나누고, 경로당도 방문하고 잘 어울리면서 살아보겠다”고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후련한 표정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 주민들께 전입신고 드린다”며 “제 집으로 돌아와보니 이제야 무사히 다 끝냈구나 안도감이 든다”고 했다. 마을회관과 사저 주변을 길게 에워싼 지지자들이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라며 환호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저녁 청와대에서의 퇴근길에 만 명 넘는 시민들이 모여 응원해준 데 감격한 모습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나오면서 아주 멋진 퇴임식을 국민으로부터 선물 받았다”며 “공식행사가 아니고 청와대가 계획한 것이 아닌데 많은 서울시민이 아주 감동적인 퇴임식을 선물해주셨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누구도 받아보지 못한 아주 뜻깊은 선물이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저를 행복하게 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마을회관에서 사저까지 400m가량을 걸으며 지지자들과 악수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사저 앞에서 마지막으로 김정숙 여사와 함께 맞은편에 모인 시민들에게 손을 흔든 뒤 사저로 들어갔다. 이후 사저로 주민들을 초대해 차담회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평산마을은 사저 약 2㎞ 전부터 차량이 통제되면서 시민들은 걸어서 마을로 들어와야 했다. 경호를 위해 몸수색도 받았다. 마을 곳곳에는 문 전 대통령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렸다. 한 지지자는 “참 5년 동안 행복했는데…”라며 울먹였다. 일부 지지자들은 문 전 대통령 내외가 사저로 들어간 뒤에도 떠날 줄을 몰랐다.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 간에 일부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날 청와대를 나와 모처에 머문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서울역으로 향했다. 서울역에는 1000여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특별편성된 KTX 안에서 문 전 대통령은 동승한 전직 청와대 참모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오후 2시15분 도착한 울산(통도사)역도 500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였다. 문 전 대통령은 “약속 드린 대로 빈손으로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훨씬 부유해졌다”며 “우리 두 사람이 나이도 더 먹었고, 살 집은 마당도 넉넉하고 텃밭도 넓다. 서울에 있는 동안 반려동물도 늘어서 반려견이 다섯 마리, 반려고양이가 한 마리다. 부자죠”라며 웃었다. 문 전 대통령은 사저 근처 통도사와 성당을 찾으며 “아름답게 잘 살아보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퇴임 직후 지방으로 간 두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약 50가구가 거주하는 작은 마을인 평산마을은 문 전 대통령이 누차 밝힌 “잊혀진 삶”을 사는 데 알맞다.

문 전 대통령이 이러한 희망을 이룰 수 있을지는 측근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새 여권이 국정 장악을 위해 문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를 수시로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전날 “(퇴임 후 삶에 대한) 대통령의 소박한 꿈이 이뤄질지 여부는 국민의힘에 달렸다”며 “제발 전직 대통령을 정치적인 이유로 소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대선 전후 윤 대통령과 여러 차례 각을 세워온 사실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 성과가 부정당한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적극적인 반박에 나설 수도 있다. 문 전 대통령의 여전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인한 구 여권도 위기 때마다 문 전 대통령을 소환하려는 유혹을 느낄 것으로 전망된다.

양산|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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