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74년 만에 열린 청와대..2만6천명 몰려 '찰칵찰칵'

고병찬 2022. 5. 1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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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그날 신문을 보고 화가 나면 참모들이 막는데도 항상 춘추관에 직접 와서 기자들에게 해명했어요. 대통령과 격의 없이 토론할 수 있었던 그때가 제일 재밌었던 것 같아요."

전북 전주에서 왔다는 김봉임(60)씨는 "신비롭게만 여겨졌던 청와대를 일반 시민들이 방문할 수 있게 돼서 설렌다"면서도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집무실을 왜 옮겼는지 이해가 안간다.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고 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 앞으론 윤석열 대통령이 편 가르지 않고 국민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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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곳곳에 역대 대통령들이 남긴 흔적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열린 정문 개문 기념 행사에서 시민들이 안으로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0일 오전 청와대가 74년 만에 일반 시민에게 개방됐다. <한겨레>는 개방된 청와대를 첫날 둘러보기 위해 사전에 관람신청을 했다. 3.5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입장권 2장을 받아 시민들과 함께 청와대 안을 둘러봤다. 청와대엔 역대 대통령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시민들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단편적으로만 접해온 청와대 내부를 구석구석 살폈다.

10일 오전 11시30분께 청와대 정문 앞에 모인 시민들이 드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고병찬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청와대 국민 개방 기념행사가 열린 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본관에서 관람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청와대 정문 앞은 개방 행사를 지켜보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정문 개방에 앞서 진행된 행사는 타악기 공연단과 농악대가 장식했다. 등산복을 입은 노인을 비롯해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은 청와대를 배경으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청와대 국민 개방 기념행사가 열린 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본관에서 국민대표 74인 중 연세대 교환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개방행사는 오는 22일까지 열리며 온라인 신청자 중 당첨자만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6차례에 걸쳐 6500명씩 매일 3만9000명이 관람할 수 있다. 공동취재사진

오전 11시38분께 “청와대 정문 개방”이라는 구호와 함께 외국인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국민대표 74명이 청와대 정문 안으로 첫발을 디뎠다. 이들은 어린이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배경으로 매화꽃을 든 채 정문을 넘어 청와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는 사전 신청을 통해 당첨된 시민들이 따랐다. 그동안 청와대 정문은 공식 행사가 있을 때만 내외빈 등이 드나들 수 있었다.

10일 낮 12시24분께 수많은 시민들이 청와대 관저 내부를 관람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엄마와 함께 청와대를 찾은 황주화(7)양은 “지나가면서 청와대를 보기만 했는데 들어와서 직접 관람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보라색 커플티를 입고 여자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대학생 금동렬(25)씨는 “2018년부터 2년간 의경으로 근무하며 청와대 앞에서 다양한 집회를 지켜봤었는데 이렇게 막상 안으로 들어와 관람하니 그냥 공원 같기도 하고, 현장학습 온 것 같기고 하다. 앞으로 청와대가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한 의견은 갈렸다. 전북 전주에서 왔다는 김봉임(60)씨는 “신비롭게만 여겨졌던 청와대를 일반 시민들이 방문할 수 있게 돼서 설렌다”면서도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집무실을 왜 옮겼는지 이해가 안간다.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고 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 앞으론 윤석열 대통령이 편 가르지 않고 국민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개방행사를 찾은 시민들이 유리를 통해 본관 내부를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업인 간담회, 당 대표 회담 등을 열었던 상춘재가 큰 관심을 받았다. 김경호(71)·함경란(69) 부부는 “상춘재가 언론에 많이 나오면서 실제는 어떤 곳일까 항상 궁금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직전에 언론과 대담을 했던 생각도 난다”고 했다. 상춘재 너머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수영장으로 쓰였다는 유리온실이, 앞뜰 녹지원엔 조깅 애호가였던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운동과 산책을 위해 만든 243m가량의 ‘대통령 전용 트랙’이 보였다. 불과 하루 전까지 문 전 대통령 부부가 머물렀던 관저도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시민들은 창문을 통해 관저 안을 들여다보며 “저 소파 비싼 거냐”며 서로에게 묻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주 찾던 춘추관은 시민들에겐 대통령 동정을 담은 텔레비전 보도 화면을 통해 더욱 낯익은 장소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날 신문을 보고 화가 나면 참모들이 막는데도 항상 춘추관에 직접 와서 기자들에게 해명했어요. 대통령과 격의 없이 토론할 수 있었던 그때가 제일 재밌었던 것 같아요.” 노무현 대통령 시기 청와대를 출입한 신승근 <한겨레> 기자는 춘추관 뒤편 대통령이 브리핑을 위해 출입하던 문을 가리키며 과거를 떠올렸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취재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스트레스가 심했던 당시 기억은 뚜렷하다고 했다.

이날 청와대 상춘재를 찾은 시민들은 역대 대통령의 모습을 기억했다. 상춘재 인근엔 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고병찬 기자

청와대는 개방 첫날 2만6000명이 관람한 데 이어 오는 22일까지 하루 3만9000명이 찾을 예정이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질서유지 및 교통관리를 위해 오는 21일까지 청와대 사랑채 앞 광장에 임시파출소를 운영한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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