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 재계 총수 만난 尹.. 역대 대통령 살펴보니

이윤정 기자 2022. 5. 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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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MB, 박근혜는 당선인 시절 총수와 회동
노무현 전 대통령은 117일째 삼계탕 만남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첫날 삼성전자·SK·현대차·롯데 등 5대 그룹 총수와 만찬을 가진다. 문민정부 이후 역대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와의 만남 시기는 각 대통령의 경제관(觀)과 당시 경제 상황 등에 따라 갈렸다. IMF 위기 속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경제 대통령’을 표방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은 취임 전부터 총수들과 상견례를 가졌지만, ‘재벌 개혁’ 등을 내걸었던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은 취임 후 100일가량이 지난 뒤에야 총수들과 만났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 외빈 만찬에 참석한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 취임식 외빈 만찬에 초청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기업인을 업고 다니겠다”며 친기업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도 ‘민간 주도 성장’을 앞세우며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예고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이날 만찬에서는 산업 정책과 국내외 투자 관련 논의가 오고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두 번째줄 왼쪽부터)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5대 그룹 총수를 만나는 것은 역대 정부와 비교했을 때 빠른 축에 속한다. 문민정부 이후 주요 그룹 총수와 가장 조속히 회동을 추진한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에 당선된 후 8일째인 12월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찾아 주요 그룹 총수 17명과 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중소기업 보호를 요청하면서도 “정당한 기업활동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전부터 주요 그룹 총수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이 전 대통령은 대선이 끝난 지 9일 만에 전경련에서 당시 조석래 전경련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만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7년 12월 18일 당선된 뒤 27일 째인 이듬해 1월 13일 삼성, 현대, SK, LG 등 4대 그룹 총수와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났다. 다만 이때는 IMF 외환위기였던 만큼 경제정책 방향성에 대해 대략적으로 의견을 나눴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경제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졌다. 이들은 IMF 외환위기 조기 극복을 위해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총수 개인 재산의 경영 투입, 비주력 계열사와 부동산·주식 처분을 통한 재무구조개선 등 ‘재벌개혁’ 관련 5개 조항에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50일째에 주요 그룹 총수들과 대면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뒤 같은 해 6월 28일 방미 순방길에 나섰는데, 이때 대기업 10곳과 중견기업 14곳, 중소기업 23곳 등 총 52개사가 동행했다. 당시 주요 그룹 총수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속 수감된 상태라 당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신 동행했고, LG그룹에서는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구본준 부회장이 참석했다.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안팎으로 주요 그룹 총수들과 자리를 마련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후 94일째인 1993년 5월 29일 청와대에서 구평회 당시 럭키금성 회장, 정세영 현대 회장, 김각중 경방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정명식 포항제철 회장 등 재계 인사 12명과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는 같은 해 6월 열리는 6차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하는 한국 측 간부위원을 초청하는 형태로 마련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벌들의 부정부패 척결에 나서면서 재계와 임기 초 불편한 관계를 형성했고, 이에 따라 기업인과의 회동 역시 늦어졌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김우중 대우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 26명이 모두 참여하는 만남은 취임 후 128일째인 1993년 7월 2일 이뤄졌다. 재계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총수들과의 상견례는 사실상 이때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경제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이 투자에 앞장서줄 것을 당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117일째인 2003년 6월 1일 4대 그룹 총수와 처음으로 만났다. 노 전 대통령은 서울 종로 국회의원 시절 단골이었던 삼계탕집으로 총수들을 초청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재벌과 대기업을 ‘기득권’으로 지칭하며 적대적인 시각을 보였다. 대통령이 된 후 총수들을 아예 만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올 정도였다. 이 때문에 회동이 다소 늦어졌지만 신발을 벗고 앉아 식사하는 삼계탕집을 회동 장소로 선택하는 ‘파격’을 보이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날 회담을 계기로 재계와 해빙 무드가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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