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출범] '재계 저승사자' 공정위..'친기업' 행보에 발 맞출까

장유미 2022. 5. 1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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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칼날 세우기보다 공정거래 조정 역할 집중할 듯..기업집단국 역할도 주목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문재인 정권에서 '재벌 규제'에 사활을 걸었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기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친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는 윤 대통령의 기조에 발 맞춰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개혁을 중요시 했던 학계가 아닌 법조인 출신 인사를 수장으로 세워 업계 자율규제를 독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1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공정위 심판관리관을 맡았던 임영철(사시 23회) 세종 대표변호사를 비롯해 공정위 하도급정책자문단 위원을 맡았던 박해식(사시 28회) 율촌 변호사, 공정위 경쟁정책자문위원을 역임한 홍대식(사시 32회)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정위 심판관리관을 지낸 김은미(사시 33회) 선능 대표변호사 등이 새로운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법조인 출신으로, 공정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윤 대통령과 주변인들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재계 관계자는 "윤 대통령 측이 공정거래 분야에 전문성이 있으면서도 행정부인 공정위에 준사법적 기능을 부여한 이유와 정신을 이해하고 정책을 추진할 법조인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들 외에 또 다른 인물이 깜짝 발탁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초기에는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당시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이 공정위 수장 자리에 올랐다. 김 전 실장은 '재벌 저격수', '재벌 저승사자' 등의 수식어를 갖고 있을 정도로 재벌개혁 운동에 앞장서 왔던 인물이다.

특히 김 전 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이 된 후 곧바로 기업집단국을 출범시키며 대기업 불공정행위 감시에 온 힘을 쏟았다. 이후 기업집단국은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사익편취 등을 감시하며 각종 제재와 총수고발을 강행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공정위의 의결서 자료에 따르면 기업집단국은 4년 동안 대기업을 상대로 부당지원·총수일가의 사익편취(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익 제공)·지정자료 허위제출 행위 등 총 28건을 제재했다. 이 중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건수가 총 17건으로 나타났다.

고발 대상은 불공정거래행위의 행위 주체인 법인과 행위를 주도 또는 인지한 총수 또는 임원진 등이었다. 대표적으로 삼성·하이트진로·네이버·효성·금호 등 주요 대기업들의 총수와 임원 등이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기업집단국은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5월 정규 조직으로 승격됐다.

김 전 실장의 바톤을 이어 받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도 재벌개혁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조 위원장은 고려대와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재벌정책과 기업지배구조 분야에서 연구활동에 집중해 온 학자로 유명하다. 공정위 수장이 된 직후에는 "재벌개혁과 공정경제가 중요하다"고 소감을 밝히며 '재벌 잡는 저승사자'로서의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임기가 4개월가량 남았으나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김성진 기자]

이 같은 움직임 탓에 기업들은 공정위의 움직임에 그동안 큰 부담을 느꼈다. 하지만 최근 윤 대통령이 수 차례 '친기업' 행보를 보이며 각종 기업 규제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화색이 도는 분위기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경제6단체장을 만나 친기업 기조를 피력한 부분에 대해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기업을 자유롭게 운영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며 "공무원들이 말도 안 되는 규제를 하려하고 갑질을 하면 바로 전화하시라. 그것만큼은 내가 바로 전화를 받겠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자율규제 활성화와 기업부담 완화를 골자로 한 공정위 관련 공약을 내걸었다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이를 바탕으로 국정과제를 만들었다.

공정위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국정과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경제 활성화 ▲공정거래법 집행 개선을 통한 피해구제 강화 ▲불공정 거래, 기술탈취 근절 및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확산 등이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에 대해선 업계가 자체적으로 제도 개선과 상생에 나서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자율규제 방식으로 추진하고, 기업을 규율할 제도적인 장치는 필요 최소한도로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최소 규제 원칙에 맞게 대상을 축소하는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 결합으로 독과점이 우려될 경우에도 앞으로 신청 기업이 시정방안을 스스로 마련해 제출하고 공정위는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그동안에는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제시했다.

대기업집단 규제 대상이 되는 동일인(총수)의 친족 범위는 축소한다. 혈족 범위를 현재의 6촌에서 4촌으로 줄이고 인척 범위를 현재의 4촌에서 3촌으로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공정위 전속고발권 제도는 폐지 시 기업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심각한 반칙행위에 대한 고발을 원칙으로 하고 객관적인 고발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보완을 진행한다.

재벌 규제에 사활을 걸었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기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사진=장유미 기자]

이처럼 공정위가 새 정부 기조에 맞춰 과도한 규제를 축소시킬 것이란 관측과 함께 기업집단국의 역할이 현재처럼 유지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소통 확대를 위해 김 전 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 시절에 만든 '외부인 사적접촉 금지제도'도 개선될 지를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민간 기업 등에 근무하는 공정위 전관들의 영향력을 차단한다는 취지에서 만든 것으로, 기업과의 소통을 막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재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 개혁 기조에 힘입어 규제 강화에 앞장서 온 공정위가 친기업 정부의 등장에 찬밥 신세가 된 느낌"이라며 "다른 경제부처와 달리 공정위에는 국정과제 내에 많은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는 점이 근거"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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