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인데 기술수출 4천억..빅파마 사로잡은 암 항체, 국내는?

이창섭 기자 2022. 5. 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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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췌장암 표면에 발현하는 클라우딘(CLDN)18.2 단백질을 표적하는 항체 치료제에 글로벌 제약사가 주목하고 있다. 최근 동물실험인 전임상 단계 후보물질이 4000억원에 기술이전되기도 했다. 국내 제약사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이와 유사한 기전의 'ABL111'를 개발하며 가장 앞서 있다. 앱클론도 국립암센터와 공동 연구로 CLDN18.2를 타깃하는 고형암 세포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하버바이오메드로부터 'HBM7022'라는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아직 전임상 단계인 해당 후보물질의 도입 비용은 3억2500만달러(4140억원)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2500만달러(318억원)로 도입 비용의 7.7%에 달한다. 전임상 단계임을 고려하면 높은 비율이다.

HBM7022는 CLDN18.2와 CD3를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항체다. CD3가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성화하고, CLDN18.2 항체가 CLDN18.2를 발현하는 암세포와 결합해 T세포를 하여금 암세포를 잡는 원리다.

CLDN18.2는 세포 간의 밀착연접(tight junction)을 구성하는 단백질이다. 위암·췌장암 세포에서 특히 많이 발현한다. 미충족 수요가 큰 위암과 췌장암 치료에서 이상적인 타깃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CLDN18.2를 타깃하여 위암과 췌장암을 치료하는 약을 아스텔라스, 암젠, 화이자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를 포함해 여러 곳에서 항체 및 세포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전의 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앞선 회사는 아스텔라스다. 아스텔라스는 2016년 4억5900만 달러(5849억원)에 CLDN18.2 항체 치료제인 '졸베툭시맙'을 도입했다. 현재 위암 적응증으로 글로벌 임상 3상, 췌장암으로 2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유사한 기전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CLDN18.2와 T세포를 활성화하는 4-1BB를 동시 표적하는 이중항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4-1BB·CLDN18.2 이중항체 기전으로 '계열 내 최초 신약(First-in-class)'을 노린다. 파트너사 아이맵(I-Mab)과 공동으로 연구 중이며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T' 플랫폼이 적용됐다.

해당 치료제 연구의 선두 주자인 아스텔라스와 비교하면 단일항체가 아닌 이중항체라는 우위가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4-1BB 시그널링을 통해 면역세포 활성화를 가져오는 면역항암제로서 역할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며 "단일항체보다 훨씬 좋은 항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실험에서 아스텔라스 후보물질(졸베툭시맙)과 ABL111 효능을 비교했을 때 아스텔라스 단일항체는 대조군에 비해 항암 효능이 없는 반면, ABL111로 치료받은 동물은 종양이 없어지는 항암 효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ABL111은 현재 글로벌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임상 중간 결과 발표가 예상된다. CLDN18.2 타깃 기전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 관심이 높은 만큼 임상 결과가 좋으면 기술 이전도 기대해볼 수 있다.

CLDN18.2 타깃의 세포 치료제 개발도 최근 국내에서 시작됐다. 앱클론은 지난달 8일 국립암센터와 CLDN18.2를 표적하는 CAR-T 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CAR-T 세포 치료제는 혈액암 등에서 높은 반응률을 보이며 효과를 입증했다. 하지만 고형암은 CAR-T 세포 치료제가 반응을 보이지 않아 미충족 수요로 남아있다. 앱클론은 CLDN18.2를 표적해 난치성 고형암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앱클론 CAR-T 세포 치료제 개발에 참여한 정준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교수는 "위암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일부에서만 흔한 질병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흔한 암이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의 개발 의지가 떨어진다"며 "위암은 치료가 가능한 항암제가 거의 없어 CAR-T 세포 치료제로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CAR-T 세포 치료제는 현재까지 나온 모든 암 치료제 중에 가장 강력한 항암제"라며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항원이 있어야 하는데 CLDN18.2가 위암에서 많이 발현하는 만큼 해당 기전으로 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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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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