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전망대까지 한 시간 걸음..'북악산 등산로' 개방 첫날, 새벽부터 인파
주민들 "지역상권 살아날 것" 기대
"동네 시끄러워지지 않을까" 우려도
청와대가 개방된 10일 청와대 뒷편 ‘북악산(백악산) 등산로’도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북악산에서 청와대를 바라볼 수 있는 등산로가 열린 것은 일명 ‘김신조 사건’ 이후 54년 만이다.
청와대 전망대로 향하는 춘추문이 열리는 시각은 오전 7시였지만, 등산객 수백여명이 1시간 전부터 일찌감치 몰려 들었다. 이들은 춘추문이 열리자 ‘북악의 새아침, 열어갈 새길’ 구호를 연신 외쳐대며 환호했다. 춘추문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는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는 기념촬영을 하느라 분주했다.
이날 개방된 북악산 등산로는 청와대 동쪽 춘추문과 서쪽 칠궁 뒷길 등 두곳에서 오를 수 있다. 두 길은 백악정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백악정에서 서울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청와대 전망대까지 올라가도 등산 코스는 그리 길지 않다. 성인 걸음으로 대략 한 시간 남짓 정도다. 그러나 경사가 가팔라 발길을 돌리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삼청동에서 40여년을 살고 있다는 김정식씨는 “북악산에 오를 생각에 설레어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3시부터 일어나 동네를 돌고 춘추문까지 왔다”며 “죽기 전에 북악산을 오르고 싶었는데 드디어 소원을 풀었다”고 말했다.
북악산 곳곳에는 곳곳에는 삼엄한 경계 태세를 보여주는 철책과 초소 같은 군사시설 등이 설치돼 있었다. 청와대를 품고 있는 북악산은 1968년 1월 북한에서 남파된 무장공작원들이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김신조 사건 이후 보안과 경호 등의 이유로 일반인 출입이 통제돼 왔다.
이후 2005년 9월에서야 한양도성 북문인 숙정문부터 일부 출입이 허용되기 시작했다. 이어 2006년 4월 삼청터널 북쪽 홍련사-숙정문-촛대바위를 잇는 1.1㎞가 공개됐으며, 2007년 와룡공원-숙정문-청운대-백악마루-창의문에 이르는 4.3㎞ 구간을 추가 개방했다. 문재인 정부는 숙정문-청운대-삼청동으로 연결되는 길을 지난달 개방하기도 했다.
이날 북악산 등산에 나선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서울 종로)은 “북악산 등산로를 포함해 청와대를 개방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정치 역사에서 국민들과 분리돼 있던 권력을 다시 국민들에게 되돌려준다는 상징적 의미”라며 “국정 운영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반세기만에 북악산 등산로가 열리면서 인근 주민들은 대부분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백경순 삼청동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상권이 침체돼있는데 북악산을 오르는 관광객이 많아지면 지역상권도 덩달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70대 김모씨는 “청와대 앞에서만 산책했지, 청와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북악산에 오른 것은 영광”이라면서도 “등산객이 많이 몰려 동네가 다소 시끄러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북악산 등산로는 사전신청 없이도 누구나 오를 수 있다. 다만 청와대 개방 행사 기간인 오는 22일까지는 춘추관 대신 금융연수원 인근 출입구만 이용해 올라갈 수 있다. 8월까지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오를 수 있다. 입산 마감 시간은 오후 5시다.
글·사진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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