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COM 발명기술, 두바이와 1조원대 에너지 신기술(ESS) 바람 일으키다.
이장헌 회장, 두바이 투자회사EEGEI 와 ESS신기술 남미에 10억달러 최종계약 따내
두바이 투자기업과 협력해 성과..내년 1분기 내 나스닥 상장 검토
젊은 시절 제어계측 기술과 행정 역량 익혀.."ESS 해외 시장 확대"
[대담=권남근 산업부장·정리 김지헌 기자] "두바이 투자회사에서 알아본 저희의 제품을 마침내 남미시장에서 1조원 넘는 규모의 주계약(Master Agreement)으로 성사시켰습니다"
국내 전력 관리 시스템 회사 한 곳이 설립 28년만에 기어코 일을 내고 말았다. 이장헌 이에스에스콤(ESSCOM) 회장은 지난 6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밝고 담담한 표정으로 남미 국가에 자사 전력 관리 제품 100만대, 10억달러(약 1조2700억원) 규모를 최종계약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계약 조건상 세부사항 공개는 어렵지만, 남미의 한 국가와 2020년 1월 상호협력협약서(MCA)를 체결한 후 최근 10억달러(약 1조2700억원) 계약을 성사시켰다”며 “주요계약을 끝낸 상태로, 글로벌 시장 판로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에스에스콤이 개발한 ESS(Electric Saving & Safety) 제품 ‘에스콤’은 전력 사용의 부작용인 과부하, 누전, 역율저하, 고조파 발생 등 효율저하 원인을 최소화해 전기안전과 효율화를 극대화 시키는 신기술이다.
이 회장은 이번 남미 시장 계약이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에 위치한 글로벌 투자기업과 협력 속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두바이의 글로벌 투자개발 회사인 ‘엔스파이어’는 이에스에스콤과 공동으로 ESS 제품에 대한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 기업이다. 엔스파이어는 이에스에스콤의 기술 수준을 에너지 분야의 세계적 컨설팅그룹인 PA그룹을 통해 검증한 뒤, 관련 ESS신기술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필요한 투자 지원을 돕고 있다.
이번에 남미에서 수주한 10억달러 규모 거래 역시 두바이 투자기업의 조력이 주효했다. ESS 신기술과 엔스파이어의 투자 노하우를 결합해 EEGEI(ENSPIRE ESSCOM GLOBAL ENERGY INVESTMENT)를 만들 수 있었고, 이 투자회사를 통해 남미 국가와 수주 계약을 맺었다.
두바이 투자 기업과의 협력은 지난 2017년 이 회장이 처음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면서 이뤄졌다. 이 회장은 1994년 이에스에스콤을 설립한 이래 국내 유수의 기관과 기업에 ESS 시스템을 다수 공급했지만 추가적인 시장 확대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느꼈다. 그는 “제품이 먼저 납품되고 결제가 나중에 이뤄지는 구조 속에 대량생산을 위한 자금 확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첫 해외 진출지로 선택한 파키스탄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원래 그는 파키스탄의 경제적 어려움에 전력난이 한몫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이곳에서 시장을 새로 창출할 생각이었다. 한여름 최고 온도가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파키스탄은 잦은 정전 사태와 전력의 불안정한 공급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곳이다. 이에 2017년 이에스에스콤은 파키스탄 펀잡주 정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열린 현지법인 설립 행사에 우연히 당시 엔스파이어 최고경영자(CEO)인 닥터 알리가 참석했다. 파키스탄 의사 출신인 알리 CEO와 만남은 파키스탄을 비롯한 다양한 해외 국가에 대한 엔스파이어와의 사업 구상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엔스파이어는 국가 대상 프로젝트에 약 2000억원 이상 투자를 하는 기업이며, 사우드(Soud)회장은 두바이 홀딩스의 회장(Chairman)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 판로를 확대하지 못해 사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두바이에 거점을 둔 대규모 투자자를 만난 것이 큰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장헌 회장은 발명가로서 이번 기회를 바탕으로 미국 나스닥 상장 도전에 나선다. 그는 “발명가인 저는 나스닥은 지극히 당연한 목표이기도 하고, 꿈이기도 하다”며 “즉 세계적 발명가로서 당당히 도전하고 검증받고 세계시장에 인정받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수많은 시간을 준비해 왔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엔 이에스에스콤 미국 법인도 설립했고, 현재 뉴욕의 상장 전문 프로그램 컨설팅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플랜이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은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다는 것은 ESS발명 신기술이 세계를 무대로 대규모 계약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스타트업 기술이 10억달러 수주를 처음부터 성공한 적이 국내와 미국 시장에서도 거의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직접 상장의 방법은 시간이 걸리고 조건이 까다로울 수 있지만, 새로운 신기술로 단번에 10억 달러를 해외 국가를 상대로 계약성사시킨 사례는 대단히 보기 드문 일이다. 미국의 전문 컨설팅그룹의 검토에 의해 가장 효과적인 우회상장(Reverse IPO)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이르면 올해 또는 내년도 1분기 안에 나스닥 입성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 회장은 “나스닥 시장 상장을 통해 당당히 검증받고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인 1975년께 현대중공업에 취업해 초대형 선박의 제어계측분야를 담당하는 업무를 맡았다. 선박과 관련된 화력발전, 디젤발전, 송전, 배전, 소비에 관련된 전반적인 제어기술을 당시 익혔다.
군에 다녀온 뒤에는 대한전기협회에 취업해 10여년간 근무하며 기술진단, 전기화재사고 등 행정적인 분야를 담당했다. 이 회장은 이 시기에 기술과 행정적인 역량을 고루 익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협회에서의 경험은 그가 인생의 방향을 단순 기술자에서 ‘엔지니어 CEO’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이 회장은 “협회에 있을 때 다양한 화재현장을 조사하면서 빈집에 불이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놀랍게도 주택이나 건물이 노후화되고 동시에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면 전선이나 전기 기구가 누전되고 어느 순간 화재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명 피해를 막겠다는 개인적인 관심과 더불어, 자신이 배운 제어계측 분야의 시장성 확대까지 고려해 ESS를 미래기술로 판단하고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SS 제품을 개발했을 당시 이 회장이 ‘큰돈’을 벌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한 대기업에서 해당 기술을 50억원에 팔고 판매 이익을 나누자는 제안을 해왔다. 하지만 이 회장은 당시 자신이 만든 기술의 가치가 미래에 훨씬 높게 평가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긴 고민 끝에 제안을 거절했다.
이 회장은 “제품 개발을 시작할 때 돈을 많이 벌려고만 착수한 것이 아니었다”며 “결코 이 돈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이 기술이 제 손을 떠나는 순간 제품의 핵심기술을 더 발전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의 모든 건물에 ESS 제품을 설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근 진행된 남미 쪽 대규모 계약을 바탕으로 인근 국가로 시장을 확대하고 유럽과 미주, 동남아 시장에 대한 진출 역시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기업간 거래(B2B)로 국한된 시장 매출을 가정용 제품 공급으로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기술 개발은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창조적 행위”라며 “해외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의 판로 개척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이 회장은 자신의 기술개발 과정과 두바이 투자 기업을 통한 10억달러 수주 과정을 담은 자신의 책 ‘에디슨 봉이 김선달 두바이에 상륙하다’에 대한 출판 기념식을 열었다. 그는 “천재발명가 에디슨 같은 공학적 사고와 기술, 김선달 같은 두둑한 배포와 발상의 전환으로 꿈을 이뤄내는 과정을 전달하기 위해 책을 내게 됐다”며 “이를 통해 많은 독자들과 함께 ESS의 가치를 공유하는 뜻 깊은 자리를 가졌다”고 말했다.
지난 1994년 이에스에스콤을 설립한 이장헌 회장은 1997년 ‘에스콤’으로 불리는 ESS(Electric Saving & Safety·전기 안전 효율화) 제품을 개발한 이래 꾸준히 판로를 개척해오고 있다.
그는 “20년 넘게 기술 개발을 진행한 결과 현재 회사 제품에 대한 경쟁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에스콤에는 전기 안전 향상과 효율화를 위한 20여가지의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이 녹아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ESS 제품의 핵심은 독자적인 ‘뉴 소프트 스위칭’ 기술에 있다. 뉴 소프트 스위칭 기술은 전력을 저장해뒀다 필요할 때 사용해 ‘ESS’로 불렸던, 기존의 ‘에너지 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와는 아예 다른 개념이다. 에스콤은 전력 사용에 따른 가장 큰 부산물인 역률저하, 누전, 고조파, 노이즈 등 전력 손실을 야기하는 갖가지 문제를 제어한다. 또 건물에 유입되는 전력 중 실제 사용전압 외 불필요한 전압을 제거, 전력 낭비를 최소화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시스템을 통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에스콤은 초창기에는 장비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 전기 안전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회사 측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에스콤 생산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1997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전력신기술 1호’로 인증받으며 공신력을 인정받았다. 한국전력공사와 대한전기협회,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전기공사협회, 한국전기기술인협회 등 5개 전문기관의 기술 검증 역시 통과했다. 2010년 7월에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에너지절약 효율을 인정받은 바 있다. 최대 10.53%의 전력 절감 효과와 11.29%의 광 효율 향상 효과가 확인됐다.
2013년 일본 특허, 2017년 미국 특허, 2020년 아르헨티나 특허를 획득하는 데 성공하며 다양한 국가들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 회장은 “세계 주요 국가에서 특허를 등록하면 관련된 사업의 투자를 받기도 쉽다”며 “특히 일본과 미국이라는 기술 강국에서 특허를 확보해 전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에스콤의 성능을 알아본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의 발주도 이어졌다. 삼성전자, SK, LG를 비롯해 공공기관인 인천국제공항공사, 군 공항 등 주요 시설물에 해당 시스템이 설치됐다. 삼성전자 우면 R&D센터와 동탄공장, SK C&C IT, LG CNS 데이터센터, CJ R&D센터 등 130여곳에 이미 이에스에스콤의 기술이 내장돼 있다. 이 회장은 “향후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홈네트워크와 관련된 전기부문 플랫폼 사업으로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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