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나라서 면허 준 가정부" 최저 인건비도 못 받는 요양보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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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라에서 면허 준 가정부예요." 재가요양보호사 A씨(60)는 지난해 근무 중 요양보호 수급자의 반려견 대변 치우는 일까지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재가요양보호기관 차원에서 어르신이 계약을 해지하지 않도록 요양보호사에게 과도한 업무를 시킨다"며 "(요양보호사도) 자기 일자리 놓치게 되니까 그런 일들을 해주는 사례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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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불안정성과 대중의 인식 원인"
[파이낸셜뉴스] "우리는 나라에서 면허 준 가정부예요."
재가요양보호사 A씨(60)는 지난해 근무 중 요양보호 수급자의 반려견 대변 치우는 일까지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요양보호 수급자는 A씨에게 반려견의 뒷 처리를 비롯해 계약이 이어진 1년여 간 ‘가정부’처럼 요리와 빨래까지 맡아야 했다. 이 기간 A씨가 받은 급여는 시간당 1만1600원. 보건복지부 산하 장기요양위원회가 고시한 최저 인건비 1만3038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 정해진 인건비 못 받는 재가요양보호사 80%
10일 요양보호업계 등에 따르면 일부 재가요양보호사들은 정해진 인건비를 받지 못하면서 업무 범위를 초과하는 일까지 떠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요양위원회가 지난해 결정한 인건비 기준 1만3038원은 기본급 8720원(당시 법정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주휴수당, 연차 수당 등을 더한 최소한 금액이다. 하지만 전국요양서비스노조가 지난해 5월 18일부터 한 달여간 실시한 요양보호사 임금 환경 실태조사 결과, 재가요양보호사 80%가 수가 상 인건비 기준에 못 미치는 금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건비가 근로기준법상 최저임금만 넘으면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공공서비스임에도 98%가 민간 기관에서 운영되고 있고 기관별로 자유롭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실정이다. 4년차 재가요양보호사 주모씨(57)는 올해 1만1600원을 받는다. 주씨의 월급 명세서에 따르면 주휴수당, 휴일수당, 연차 수당, 처우 개선비를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주씨는 "경력이 쌓여도 급여가 더 많아지는 일은 없다"며 "기본급을 최저시급으로 정하다 보니 최저시급이 오르는 만큼만 오를 뿐"이라고 설명했다.
■ 어르신 변심에 계약 파기 우려..집안일 떠맡아
특히 재가요양보호사는 과도한 업무를 하는 경우가 일부 나타났다. 주씨는 "지난해 어르신이 자기 아들의 빨래까지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주씨는 "세탁기에 온 가족 빨래를 다 넣어놨는데 아들 것만 꺼낼 수 없어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김장철에는 수급자 가족들이 먹을 김장까지 했다. 주씨는 "어르신이 먹는 김장을 하는 건 이해하는데 어르신 가족이 먹는 김장까지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했지만 주씨가 소속된 요양보호센터 측은 이를 무시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업무의 원인으로 계약의 불안정성과 대중의 인식을 꼽았다.
김정은 위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르신의 변심으로 요양보호사 계약이 파기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가요양보호기관 차원에서 어르신이 계약을 해지하지 않도록 요양보호사에게 과도한 업무를 시킨다"며 "(요양보호사도) 자기 일자리 놓치게 되니까 그런 일들을 해주는 사례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양보호사가 하는 일에 대한 인식이 아직 낮다"며 "가사 도우미처럼 인식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양보호사 본연의 업무를 못 하게 되면 노인들에게도 결국 악영향을 미친다"며 "요양보호사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면 요양보호사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요양 서비스의 질도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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