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난 자리에 '국민들' 인산인해..74년만에 문패 바뀐 청와대
"멋지네요."
10일 오전 11시45분 청와대 정문에 들어선 이금례씨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20년 넘게 '대통령 이웃'인 효자동 주민으로 살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드나드는 것만 먼 발치에서 봤을 뿐, 청와대 경내로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씨는 "누구보다 먼저 청와대를 볼 수 있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이곳저곳 둘러보고 가겠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같은 시각 청와대 본관. 서울 매동초등학교 전교회장인 정서윤양을 비롯한 임원진들은 대통령의 집 앞에서 "청와대, 국민 품으로!"라고 외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학우들을 이끄는 미래의 리더로서 학생들은 청와대가 권력자의 공간보다 국민의 공간이 더 어울린다고 입을 모았다. 정서윤양은 "(청와대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문화재청 주관으로 이날 오전 11시부터 개방 기념행사를 열고 일반 관람객의 청와대 경내 관람을 허용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윤 대통령 뜻에 따라 청와대를 전면 개방하고, 대통령 취임일부터 11일간 특별관람을 진행키로 결정했다. 지난달부터 신청을 통해 하루 최대 3만9864명씩(10일 당일은 2만6000여명) 45만명 가량이 청와대를 둘러보게 됐다.
축하공연을 마친 동시에 열린 청와대 정문엔 붉은 꽃다발을 든 74명이 가장 먼저 입장했다. 74년의 시간을 지나 국민의 품으로 되돌아온 청와대의 뜻을 살리기 위해 선정된 지역주민·학생·소외계층·외국인으로 구성된 국민대표다. 뒤이어 청와대 관람에 당첨된 관람객 6000여 명이 입장해 청와대 관람을 시작했다.
청와대 정문과 영빈문, 춘추문 3곳에서 입장한 관람객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경내 곳곳을 누볐다. 자녀나 반려견을 데리고 온 가족단위 나들이객은 물론 부산의 한 경로당에서 온 단체 관람객까지 각양각색의 시민들이 본관·영빈관·관저·상춘재 등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일부 관람객들은 풀밭에 삼삼오오 앉아 준비해온 김밥을 먹으며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제한된 동선으로만 다녀야 했던 기존 관람과 달리 자유롭게 청와대 건물과 '미남불'로 불린 보물 '석조여래좌상'이나 침류각, 오운정 등 문화유산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체로 만족스럽단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건물 내부 관람이 불가능한 점은 아쉬운 점을 꼽혔다. 청와대이전TF(태스크포스)에 따르면 당초 계획과 달리 각종 물품 정리 등의 문제로 건물 내부 개방은 잠정 연기됐다.
일부 관람객들 사이에선 자유로운 관람도 좋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인원이 들어온 탓에 청와대 보존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와대가 중요한 문화유산인 만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단 우려에서다. 국민대표 74인으로 선정된 이금례씨는 "앞으로 우리 후손들까지 누릴 수 있도록 잘 보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 지정 등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며 "이제 막 개방한 만큼 경내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선별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개방 이후에도 개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실에서 일정을 잡고 여러 협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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