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검장, 청문회 날 '채널A 수사일지' 공개.. 檢내부 비난 쏟아져

이정구 기자 2022. 5. 1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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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정 고검장./조선DB

김관정 수원고검장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난 9일 ‘채널A 사건’ 수사일지를 검찰 내부망에 게시한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 고검장은 2020년 대검 형사부장으로 채널A 사건 수사에 관여했는데, 9일 인사청문회에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전 대검 형사1과장)의 증언이 예정돼 있었다. 검찰 내부에선 “채널A 사건 관련 이견이 있던 박영진 부장의 증언을 장외에서 미리 흔들어놓으려 한 시도로 보인다”며 “참담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 고검장은 한 후보자의 청문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9일 오후 4시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채절(채널의 오타)A 관련 사건 일지’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다. 이프로스는 검찰구성원이 글을 게시할 수 있는 내부망이지만, 주요 내용은 언론 취재를 통해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김 고검장의 게시글도 이날 오후부터 보도됐다.

김 고검장은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 “청문회에서 소위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재론될 것으로 보인다”며 “박영진 부장검사가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다고 하기에 고민과 상의 끝에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윤석열) 당시 총장의 견해차이가 있으면서 갈등이 발생한 상황이었고, 저는 중간 전달자 입장에서 일지를 작성하게 됐다”며 “개인적으로 이 일지는 당시 발생했던 진행경과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고 객관적 자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고검장은 그러면서 첨부파일로 ‘채널A 관련 사건 일지’를 올렸는데, 2020년 3월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 이후 그해 7월까지 수사 및 보고 상황이 A4 14쪽 분량으로 기재됐다. 김 고검장은 그러면서 “이 사건은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과 총장, (총장 권한 위임 후) 대검 부장회의가 당사자이고, 저는 부장회의 구성원이자 주무 부장으로서 중앙지검과 연락을 담당해 이 사건의 진행과정을 다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일지에는 채널A 사건 보도 후 윤석열 전 총장이 권한을 대검 부장회의에 넘겼음에도 자체적으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했다는 내용, 당시 채널A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회부를 결정하자 대검 차장과 부장들은 자문단 소집을 연기하자고 요청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김 고검장은 윤 전 총장이 ‘자꾸 말을 하면 나보고 나가라는 말이다’며 거부하는 등 채널A 사건 관련 역정을 냈다고 기록했다.

김 고검장의 글에는 10일까지 약 10여개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김 고검장이 글을 게시한 시점과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한 검사는 “(사실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내부 논의사항을 청문회에 맞춰 급하게 공개함으로써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을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검찰 조직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이신지요”라고 반문했다.

한 부장검사도 “취지와 방식 어느 것도 공감하기 어렵다”며 “그 의도의 진정성은 더욱 그러하다”고 했고, 또 다른 검사는 “게시글이 언론보도가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뒤늦게 무슨 글인지 살펴보고는 한숨이 나오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며 “일선 사건에 대해 상세보고를 받고 내용을 파악한 후 책임을 공유하면서 사명감을 다 하지 못했던 역량 혹은 의지의 박약과 책임의 일탈을 고백하는 내용 외에 아무런 의미를 찾기 어려운 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청문회 진행 중에 글을 올린 이유를 재차 묻는 댓글도 있었다. 한 검사는 “정말 참담합니다. 고검장님, 검찰 고위간부로서 책임감을 느끼시고 행동 전에 그 행동의 옳고 그름을 먼저 생각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얼마나 급하셨으면 제목도 저리…”라고 남겼다. 김 고검장이 글을 올리면서 ‘채널A’를 ‘채절A’로 오타낸 것을 지적한 것이었다.

또 다른 검사는 “고검장님을 상사로 모셨던 하급자로서 참담한 기분이 든다”며 “(게시글에서는) ‘(박영진) 형사1과장이 나 모르게 단독행동했다. 모든 게 다 1과장 탓이다’라는 말씀이 하고 싶으셨던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김 고검장의 일방 주장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검사는 “법무부와의 소통내용, 대검 형사부 실무진과 있었던 내용에 대해서는 많이 빠져 있는 것 같다”며 “당시 박영진 형사1과장님이 작성해 놓은 사건일지가 있으니 그 내용도 함께 올려보시는 게 실체진실에 부합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박영진 부장검사는 전날 청문회에 출석해 2020년 채널A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대검 의견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법무부·대검 일각의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검 형사부장이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박탈돼 있기 때문에 형사부 명의로 의견서를 내는 건 적절치 않다고 해서 제가 형사1과 명의로 의견서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당시 법무부나 중앙지검, 또 대검 내부에서도 차장과 형사부장이 의견서를 제출하지 말도록 다각도 종용이 있었다”고 했다. 당시 대검 형사부장은 김관정 수원고검장이다.

반면, 같은날 더불어민주당 측이 요청한 증인으로 청문회에 출석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채널A 사건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이 격분했다’ 등 윤 대통령이 한 후보자에 대한 감찰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검찰 최고위층인 고검장을 향한 이례적인 비판 댓글은 더 이어졌다. 한 검사는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고 했고, “게시자(김 고검장)의 예상과 달리 (청문회는) 이모, 한국3M, 취권으로 끝났다”는 댓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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