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소리' 녹음하려 남의 집 현관문에 귀댄 20대

재판부, 벌금 750만원 선고.."정신질환 치료 등 재범 방지 노력"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타인의 성관계 소리를 듣고 녹음하고자 오피스텔 건물에 침입해 현관문에 귀를 대고 엿들은 20대 남성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7단독(허정인 판사)는 주거침입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A(29)씨에게 벌금 7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7월25일 새벽 서울 관악구 일대 오피스텔 두 곳에서 각 호실 현관문에 귀를 대고 내부의 소리를 엿들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A씨는 2018년 7월부터 오피스텔 공동현관문을 통해 침입해 호실 내부에서 연인들이 성관계하는 소리가 들리면 이를 녹음해 보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A씨는 2016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으로 검찰에서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를 받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기소유예란 범죄 혐의는 인정되나 검사가 여러 상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을 말한다.

재판부는 "타인의 성관계 소리를 듣기 위해 임의로 오피스텔에 침입해 귀를 대고 엿듣는 행동을 했다"면서 "피해자들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을 고려하면 그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는 정신질환 치료를 받는 등 재범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재범할 경우 엄중한 처벌과 사회적 격리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