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초대받지 못한 자들이 말합니다"..전장연, 윤석열 취임식 앞 권리보장 요구
[경향신문]
국회 인근 ‘초대받지 못한 자들의 행진’
“장애인 권리 제자리…새 정치 해달라”
“오늘 취임식에 초대받지 않은 국민들,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기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이 거행된 10일 오전 11시. 취임식 장소인 국회로부터 약 900m 떨어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1문 앞 도로에 장애인들과 그 가족·지인 70여명이 모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은 “장애인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하고 싶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쳐들었다.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작은 화분들이 현수막 아래쪽에 꽃송이들과 함께 놓여 있었다.
‘초대받지 못한 자들의 행진’이 이날 열린 집회의 이름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에 각계 대표자와 시민 등 4만여명을 초청했다. 지난해 말부터 출근길 지하철 투쟁을 하며 이동권·교육권 등 권리를 알려 온 전장연 활동가들은 초청받지 못했다. 장애인들은 취임식은 물론 평상시에도 사회에서 환대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제11조의 권리는 비장애인들만의 것이었습니다.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이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고 운영됐기 때문입니다.(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새 정부에 장애인 권리보장 4대 법안(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특수교육법) 제·개정과 책임 있는 예산 반영을 요구했다. 전장연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 등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권리는 유엔 협약에서도 명시하는 권리”라며 “권리를 권리답게, 예산으로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우리는 비록 초대받지 못했지만 윤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한다”며 “우리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할 청사진을 기대했고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정치인과 고위공무원들은 늘 장애인이 뒷전이었고, 장애인 권리는 21년동안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장애인 권리예산과 관해 어떤 답변도 내놓지 않았고, 공약은 서서히 후퇴 중”이라며 “새 정부에 과거와 다른 정치를 요구한다”고 했다.
혐오와 갈라치기 정치를 멈추라고도 촉구했다. 집권 여당이 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비문명적’이라 규정하는 등 차별적 인식을 보였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 대표는 역대 정권의 무책임으로 보장되지 않은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시위조차 특정 정권을 향한 시위로 낙인찍으며 혐오정치를 선동했다”며 “갈라치기 혐오정치를 멈추고 사과하라”고 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철로 여의도역까지 이동했다. 박 대표를 비롯한 활동가들이 지하철에서 오체투지를 벌여 열차는 10여분 지연됐다. “시민 여러분, 잠깐 늦어져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더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저희는 더 이상 포기할 수 없습니다. 21년을 외쳤습니다.” 시민 1~2명이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지만 승객 대부분은 가만히 앉아 박 대표의 연설을 들었다.
오전 10시쯤 여의도역에 도착한 행렬은 도보로 여의도공원 앞까지 이동했다. 참가자들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원합니다”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함께 살고 싶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장미꽃을 손에 들었다. 경찰 기동대 수백명이 행진 행렬을 따라 이동하며 도로를 통제했다. 특별경호구역으로 지정된 여의도공원 진입이 막혀 행렬은 공원 정문 앞 도로에서 집회를 열었다. “21년 외쳤다. 이제 차별 그만해”라는 노래 가사에 맞춘 공연과 사진 촬영을 끝으로 행렬은 해산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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