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야당 되고도 여전한 민주당 내로남불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민주당 ‘안보 공백’ 내세우며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반대
組閣 지연으로 더 위험한 공백
文정권 장관 청문회 돌아보면
도덕적인 이유로 반대 힘들어
尹정부 발목잡기 악용 땐 역풍
요즘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하더니, 7일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쐈다. 핵실험을 재개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우리가 그동안 애써서 지켜온 평화와 안보 덕분에 우리 정부 5년간 단 한 건도 북한과 군사적 충돌이 없었다. 이는 노무현 정부에 이어 두 번째 일”이라며 “역대 과거 정부에서 항상 전쟁의 공포들이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우리가 얻은 아주 소중한 성과”라고 하자마자 북한은 연속으로 미사일 도발을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의 이 언급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직접적인 충돌이 없었던 것은 맞지만, 문 정권 초기 북한의 연속된 도발로 한반도 위기지수는 그야말로 급상승했고, 그래서 당시에 상당수의 국민은 전쟁의 공포를 느껴야 했고, 정권 말기에도 위기지수가 다시 상승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은 5년 전 문 정권이 출범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온갖 수단을 동원해 한반도 위기지수를 높이고 있는데, 이것이 새 정권 길들이기 차원인지는 모르겠으나, 5년 전과 똑같은 불장난을 하고 있음은 확실하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을 때 더불어민주당이 한 말이 생각난다. 민주당은 “국방부와 합참 지휘부가 비슷한 시기에 사무실을 연쇄적으로 옮기게 되면 통신과 지휘상 혼선과 공백이 초래된다”면서 안보 공백 우려를 집무실 이전 반대의 첫째 이유로 꼽았다. 민주당의 안보에 대한 걱정이 얼마나 컸으면, 전직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참모총장 등 대장 64명을 포함해 육·해·공·해병대 예비역 장성 1000여 명이 “이전 과정에서 일시적인 불편함은 있을 수 있지만, 안보 공백은 없다”고 말했음에도, 이토록 걱정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당이 이렇듯 안보를 걱정하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든든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요즘 같은 시기에 ‘안보를 걱정’하는 민주당이 하는 행위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을 거부하려는 듯한 움직임이 그것이다. 상식적으로, 요즘처럼 안보 위기가 고조되면 민주당처럼 ‘안보를 걱정’하는 거대 야당은, 당연히 새 정부가 조각(組閣)을 신속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앞장서서 협조해야 마땅하다. 일단 새 정부가 꾸려져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안보 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작금의 안보 위기 상황에서도 국무총리 인준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니 당혹스럽다.
민주당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도덕적으로 깨끗한 인물이 장관이나 총리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 정권 5년간 정부의 요직을 지낸 인물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 또는 장관 후보자들 못지않은 의혹들을 가진 인사가 다수 있었다. 문 정권 5년간 국회의 청문 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한 공직자가 30명이 넘을 정도로 역대 최다인 점을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측면을 기억한다면, 민주당이 도덕적인 이유를 들어 윤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 후보자나 장관 후보자를 거부하는 것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현 상황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앞으로도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국가 안보’를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비난을 들을 소지마저 있다. 국가 안보는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안보란 국민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안보에 대한 우려를 선택적으로 적용해서도 안 된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안보에 대한 우려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서둘러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장관들에 대한 청문 보고서 채택에도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문 정권 5년을 돌아보고, 자신들의 지금 행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정당의 목적이 선거에서의 승리라고 할 때, 이제 ‘내로남불’이란 말은 그만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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