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400m 음주 운전 했는데 '무죄'..이유는?

이가람 2022. 5. 1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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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들이 음주운전 일제 단속에 나선 모습. [사진 제공 = 경기남부경찰청]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한 남성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는 이유로 참작이 이뤄졌다.

10일 울산지법 형사항소1부(김현진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0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9월 밤 울산의 한 도로를 혈중알코올농도 0.187% 상태로 약 400m를 운전해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술을 마시고 귀가를 위해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다가 시비가 붙었다. 대리운전 기사는 주행을 멈추고 차를 세운 뒤 자리를 떠나버렸다. 이후 자신이 직접 이동 주차를 하다가 적발됐다. A씨는 대리운전 기사가 차를 세운 장소가 우회전 모서리 차로 부근이라 차량 통행 방해 우려가 높아 안전을 위해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리운전 기사가 차를 댄 장소가 주·정차 금지구역인데다가 한밤중이라 비상등을 켜고 삼각대를 세우는 것만으로는 교통사고 발생을 방지할 수 없어 차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지인을 부른다고 해도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 우선 조치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긴급피난'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실제로 대리운전 기사가 차를 세운 곳이 갓길이 없는 편도 3차선 도로 중 3차로 모퉁이라서 다른 운전자들이 정차한 차량을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 A씨가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하는 방향이 아닌 안전한 곳을 찾아 주차한 점 등을 고려했다.

이에 검찰은 A씨가 다른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 등 충분한 대안이 있었다고 항소했다. 재판부는 이번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직접 운전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었다는 부분을 증명할 수가 없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는 A씨가 직접 차량을 운전해 신속히 갓길로 이동시키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원심의 판결을 정당한 것으로 봤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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