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시멘트·레미콘 진통 커지는데..손놓은 정부

이후섭 2022. 5. 1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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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 간담회서 원자잿값 급등 피해 호소 이어져
배조웅 회장 "레미콘 공장, 시멘트 공급 안돼 문 닫아"
쌍용C&E 가격조정 합의했지만, 추가 협상 진전 없어
시멘트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각자도생"..또 오를 여지도
레미콘 "건설사가 인상분 반영해줘야..관급공사 우선 적용"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계 민생현안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서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왼쪽에서 네번째)은 시멘트 가격 인상 및 공급부족 문제, 운반비 상승 등 레미콘 업계가 처한 어려움에 대해 호소했다.(사진=중기중앙회 제공)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어제(3일) 레미콘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습니다. 시멘트 공급이 안 돼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계 민생현안 간담회’에서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각 현장의 호소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시멘트는 현재 50~70%밖에 공급이 안 되고 있다. 시멘트 업체에 이유를 물어봤더니 자기네 공장에 에러가 났다는 등 핑계를 대면서 공급을 제대로 안 해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시멘트 업계와 레미콘 업계는 연초부터 가격 인상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 가격 급등으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지난 2월부터 17~19% 시멘트 가격 인상 카드를 꺼냈다. 시멘트 제조 원가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유연탄은 지난 2020년 톤(t)당 평균 7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다가 지난해 10월 220달러를 넘어서는 등 1년 만에 가격이 3배 이상 폭등했다. 올 들어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폭우로 인한 호주 공급 부족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지난 3월 사상 최고가인 422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레미콘사들이 유연탄 등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주지 않자 시멘트 업체들은 지난 3월부터 일단 오른 가격으로 계산서를 발행했다. 인상된 가격에 결제를 해주는 업체들도 있었지만, 레미콘 업계도 시멘트에 골재 가격, 운반비 상승까지 ‘삼중고’를 겪는 상황이라 절충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배 회장은 “레미콘 운반비는 별도로 전국운송연합회에 지급하고, 기름값도 회사에서 100% 대주느라 힘든 상황”이라며 “석연찮은 이유로 시멘트도 제대로 못 받고 있어 더욱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4월 쌍용C&E는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와 당초 제시했던 인상 폭보다 소폭 낮춘 15.2% 인상에 합의하고, 4월 출하량부터 조정된 금액을 적용하기로 했다. 시멘트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레미콘 업계도 알고 있는 만큼, 쌍용C&E의 가격 조정을 계기로 나머지 업체들의 추가 협의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추가 협상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통상 한 업체가 움직이면 다른 업체들도 따라가는 형태를 보였는데, 이번에는 기존과 다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며 “당초 제시했던 17~19%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다. 쌍용C&E는 현재 오른 가격을 받고 있으며, 나머지 업체들도 원하는 만큼 가격을 받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추가 가격 인상 여지까지 불거지고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연초 제시했던 인상 폭은 유연탄 가격 150달러를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기에, 시멘트 업계에서는 지금도 생산할수록 적자라며 추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레미콘 업계에서는 시멘트-레미콘-건설사로 이어지는 ‘샌드위치 신세’에서 건설사가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주지 않으면 그대로 손실을 떠안을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통상 건설사와 1년에 한 번씩 가격을 협상하는 레미콘 업계는 지난해 말 가격 협상이 이뤄졌지만, 올 상반기에라도 추가 납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배 회장은 “관급 공사의 경우 국가계약법에 의해 원자재 가격 인상이 어느 정도 반영되지만, 대금 회수에 상당 기간이 걸린다. 납품 후 한 달 후에 세금계산서를 받아 조달청에 제출하면 현장심사에 또 두 달여가 걸린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기관의 조달 단가에라도 우선 반영이 되도록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정세로 인해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시멘트 가격 인상을 둘러싼 진통도 계속될 전망”이라며 “현장이 멈추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개입을 할 필요가 있다. 대화 창구를 마련해 시멘트, 레미콘, 건설사 관계자들을 다 모아놓고 가격 중재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섭 (dlgntjq@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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