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시행 앞둔 가맹점법..변칙 시행 못 잡으면 '반쪽짜리'
7월 5일부터 금지..가맹점주 보호 목적
점주들 "재료비 올려 광고비 청구 우려"
업계 "갑질은 옛말..신속한 마케팅 저해"
# bhc를 운영하는 가맹점주 A씨는 지난 2018년 10월 본사로부터 E-쿠폰을 무조건 시행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판매대행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도 전액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A씨 등 가맹점주 10여 명이 수수료 부담과 매장별 재고 차이 및 주문량 폭주 상황 등을 근거로 반박하자, 본사는 물품 공급을 끊겠다고 압박했다. A씨는 가맹점주단체 설립을 정식 추진하고 광고비 집행 내역과 재료비 마진 공개를 요청했다. 가맹본부는 이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물품 공급을 중단하고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 프랜차이즈 브랜드 국수나무를 운영하는 가맹점주 B씨는 지난해 광고비 명목으로 본사에 214만원을 강제 지불했다. 본사인 해피브릿지 협동조합(이하 해피브릿지)이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광고 마케팅 계획을 세워 전국 500여 개 가맹점에 비용을 부담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해피브릿지는 22억원 상당의 비용을 책정한 뒤, 그 절반을 각 가맹점이 나눠내도록 했다. B씨 등 가맹점주들은 이와 관련해 ▲어떠한 사전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며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해 생계가 어려운 수준이라 광고 비용을 낼 수 없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본사는 매출과 무관한 조치라며 식자재 출금 계좌를 통해 광고비를 자동 출금했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사전 동의 없이 광고·판촉 행사를 하고 비용을 떠넘기면 전년도 매출액, 가맹점 사업자 수 등을 고려해 과징금을 부과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에 관한 고시’를 이달 30일까지 21일간 행정 예고한다고 10일 밝혔다.
오는 7월 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와 비용을 분담하는 광고·판촉 행사를 할 때는 사전에 약정을 체결하거나 일정 비율(광고 50%·판촉 행사 70%) 이상의 가맹점주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가맹본부가 이런 의무를 위반하면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도 “재료비 인상 자체는 문제 삼기 어려워”
그러나 가맹사업법 시행을 앞두고 실효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체별 광고·판촉비 책정 및 분담 방식이 제각각인 데다 가맹본부가 이 비용을 별도 항목으로 책정하지 않고 재료비만 높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광고·판촉비를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가맹점주는 본사가 가격을 임의로 대폭 인상해도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다만 대형 프랜차이즈를 상대로 법적 절차를 밟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예비 창업자의 경우 가맹사업 정보공개서를 통해 비용 부담 규모나 재무 구조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기존 사업자를 위한 구제 절차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점주들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가맹거래법 하위 규정 작업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가맹거래과 관계자는 ”어떤 제도든 법망을 피해가는 경우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본사가 갖가지 이유로 재료비를 지나치게 올려 가맹점들로부터 차익을 챙기는 문제가 많았다”면서도 “예비 점주가 정보공개서를 보고 부당한 업체와 계약을 하지 않는 것 외에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민간 기업인 가맹본부가 재료비를 조정하는 것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지난해 1~6월 가맹본부 200개와 가맹점 1만2000개를 대상으로 가맹 분야 서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치킨이나 편의점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10명 중 4명은 가맹본부가 일방적으로 광고 또는 판촉 행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사전 동의 없이 광고를 진행하고 비용을 요구한 비율은 45.4%, 판촉은 43.2%였다.
◇”복잡한 규제에 점주 매출 하락 우려” 본사도 불만
반면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기업 이미지상 ‘광고비 갑질’의 여론 역풍이 거센 만큼, 최근에는 이러한 피해 사례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해당 법이 가맹점의 매출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급변하는 시장에 맞춰 신속하게 광고 및 판촉을 진행해야 하는데, 점주 동의 절차 등이 복잡해 오히려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부 피해 사례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가격 정보가 다 공개되고 경쟁도 치열해 그런 꼼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거의 모든 대형 기업들은 지역별 가맹점 대표들이 모인 위원회에서 마케팅 관련 투표를 진행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부분의 가맹점주들은 자체적인 광고나 판촉, 시장 동향 분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본사 차원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원한다”며 “가맹점주 보호라는 목적의 법이지만, 사실상 어느 쪽도 만족하기 어려운 ‘프랜차이즈 때리기’ 아닌가”라고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거 광고 및 판촉비 갑질 사례로 피해를 입은 점주들의 고충을 많이 들었다”며 “반대로 가맹본부의 입장도 있기 때문에 공정위도 법 시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고심을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가맹점주를 보호하기 위해 광고·판촉 비용을 사전 규제하는 내용이 아예 없었다는 점에서 법적으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위 조항을 만드는 과정에서 변칙 운영 가능성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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