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고문 피해자 "가해자가 민주 비대위원장, 황당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 과거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이 재조명됐다. 당시 피해자 중 한 명인 전기동 씨는 10일 조선닷컴과 전화 인터뷰에서 “피해자들 중 한 명은 사건 후유증으로 정신분열증까지 앓고 있다”라며 피해자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은 1984년 일부 서울대 학생회 간부들이 4명의 민간인을 감금하고 “프락치 활동을 했다”는 자백을 강요하며 폭행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실형을 살았다. 당시 피해자들은 각각 22시간에서 최대 6일 간 감금된 상태로 고문을 당했다.
전기동 씨는 “피해자들의 피해가 아직도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는데 가해자 중 한 명인 윤호중 의원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이 황당하다”라고 했다.
사건 이후 어떻게 지내느냐는 질문에 전씨는 “폭행을 당한 후 대인기피증이 생겨 고시공부를 포기했다. 이후 구청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후 보안원, 경비원 등으로 근무했다”라며 “사건 이후로도 제가 실제 프락치라는 음해를 계속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고 피해자 중에는 현재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사람까지 있다”라고 했다.
당시 피해자들이 실제 프락치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벌써 38년 전 일인데 여전히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당시 저는 방송통신대 법학과 3학년에 다니며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방송통신대 학생들은 서울대 법대에서 수업을 받기도 했다. 레포트 작성을 위해 서울대 모 교수님에게 책을 빌리러 갔다가 붙잡혔다. 가해자들에게 그 교수님에게 확인해보라고 했다. 교수님이 내 신분을 확인해줬는데도 믿지 않고 폭행을 계속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피해자 4명 중 본인이 가장 심하게 폭행을 당한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운동권 사람들이 전두환을 미워하지 않았나. 내가 전두환과 같은 전 씨라고 심하게 폭행했다”라며 “정말 미개한 사고방식이었다”라고 했다.
유시민 전 이사장은 과거 한 방송에 나와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 때 쓴 항소이유서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울분을 풀기 위해 쓴 글인데 아직도 회자된다’고 자랑하듯 말하기도 했다.
전씨는 “아직도 당시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 실망스럽다. 당시 사건이 책이나 영화 등으로 만들어져 진실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라며 “당시 사건은 민주화운동과는 전혀 관련 없는 민간인 고문 사건이다. 유 전 이사장이 지난 2003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선거 홍보물에 ‘이 사건 관련자들이 민주화 운동 유공자로 이미 명예회복을 했다’라고 적어 소송을 통해 바로 잡은 적도 있다”라고 했다.
전씨는 가해자들이 사과한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민간인 고문 사건을 미화하는 발언을 해 본인이 제기한) 소송 과정에서 사과를 받은 적은 있다”면서도 “진심어린 사과가 아니었다. 이제 다시 사과한다고 해도 용서하기 싫다”라고 했다.
9일 청문회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과거 검찰은 소위 ‘비둘기 태우기’(피의자를 무한정 대기시킨 뒤 돌려보내는 식으로 압박) 수법으로 과잉 수사를 해 왔다”고 하자 한동훈 후보자는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하던 경우에 민간인을 고문하던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민주화 운동 전체를 폄훼하진 않지 않느냐”고 했다.
민 의원은 “민주화운동을 하던 분들이 민간인을 고문했다고 하셨나.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1984년 발생했던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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