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불명 아동 급성간염' 의심사례 국내 첫 신고
[경향신문]
영국서 최초 보고…19개국서 237건 발생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원인 불명의 어린이 급성간염 의심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고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 1일 감시체계를 통해 아동 원인불명 급성간염 의심사례가 1건 신고됐다고 10일 밝혔다. 이후 해당 호흡기 검체에 대한 PCR 검사에서 아데노 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유행 중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닌 호흡기 병원체 감시체계에 속해 있는 사람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가 검출됐고, 사례 검토 중이다.
아동에게서만 확인된 이 급성간염은 지난달 5일 영국에서 최초 보고됐다. WHO 등에 보고된 발생 사례는 4일 기준 19개국에서 237명이다. 영국 145명, 이탈리아 17명, 스페인 13명, 덴마크 6명, 네덜란드 4명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했으며 미국에서도 18명이 확인됐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1명, 인도네시아 3명, 싱가포르 1명 등이 보고됐다. 이 중 4명이 사망했는데, 3명은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했다.
환자들은 대부분 1~16세이며, 대부분 복통·설사·구토 등 위장 계통의 증상을 보인 뒤 중증 급성 간염, 간 효소 수치 급증, 황달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A~E형으로 분류되는 기존의 바이러스 간염과는 다른 급성 간염이다. 통상 어린이 간염은 경미하고 잘 발견되지 않지만, 심각한 경우에는 간 기능 저하로 이어지고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급성간염을 앓는 소아 환자 중 최소 18명은 간 이식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데노 바이러스 양성자는 최소 74명, 코로나19 바이러스 양성자는 최소 20명이다. 아데노 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된 사례는 최소 19명이다. 방역 당국은 국내 사례 발생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 학회·의료계와 협력해 이달부터 감시체계를 운영해왔다.
아데노바이러스가 원인 병원체로 추정되고 있지만 확실치는 않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드물게 보고되는 사례”라며 “아데노 바이러스 ‘41F’형이 원인병원체로 지목되고 있는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기와 장관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까지 이 바이러스가 원인병원체라고 판단하는 것은 확실치는 않다. 세계 모든 나라들도 아직까지 (원인병원체라고) 추정하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WHO 역시 아데노 바이러스에 의한 발병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아데노 바이러스로는 환자들이 보이는 증상의 심각성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어 정확한 원인을 찾고 있다.
코로나19도 이번 간염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장은 “(증상이 나타나는) 연령층과 세계적 기록으로 볼 때 백신접종과는 관련이 없다”며 “코로나19와도 그렇게 큰 관련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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