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책 페이지 넘겨주면 눈으로 공부했죠"

이성기 기자 2022. 5. 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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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라는 힘든 현실을 딛고 고졸 검정고시에 당당하게 만점 합격한 수험생이 있어 화제다.

2020년 2회 초졸 검정고시를 만점으로 합격하고 연이어 2021년 1회 중졸 검정고시를 만점으로 합격했다.

검정고시 준비를 하면서 공부에 대한 열망이 더 커진 이씨는 고졸 검정고시를 1년 동안 더욱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

그 결과 2022년 1회 고졸 검정고시에서도 초졸·중졸 검정고시 때와 마찬가지로 만점으로 합격하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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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이영양증' 딛고 고졸검정고시 만점 중증장애인 이수찬씨
"법 공부해 장애인 인권 개선가 되고 싶어"
중증장애를 딛고 고졸 검정고시에 만점 합격한 지체장애 1급 이수찬씨(34).(충북교육청 제공).2022.05.10.© 뉴스1

(청주=뉴스1) 이성기 기자 = 중증장애라는 힘든 현실을 딛고 고졸 검정고시에 당당하게 만점 합격한 수험생이 있어 화제다. 지체장애 1급인 이수찬씨(34)가 주인공이다.

이 씨는 근육이 쇠하고 위축되는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중증장애인이다. 초등학교 때 발병 후 학교를 그만두고 집안에서만 생활해 왔다.

그러던 중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때 투표하기 위해 초등학교를 찾았다가 학생들이 사용하는 의자와 책상 등을 보고 "공부해야겠다"라고 결심했다.

이후 장애인 야학 '해 뜨는 학교'(충북교육청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등록)를 통해 검정고시를 접하고 인터넷 강의로 독학을 시작했다.

책은 어머니와 옥천장애인자립센터 활동보조 도우미가 한 페이지씩 넘겨주면 눈으로만 공부해야 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여러 번 열독했고, 공부한 내용을 잊어버려 몇 번씩 다시 외웠다.

결과는 대단했다. 2020년 2회 초졸 검정고시를 만점으로 합격하고 연이어 2021년 1회 중졸 검정고시를 만점으로 합격했다.

검정고시 준비를 하면서 공부에 대한 열망이 더 커진 이씨는 고졸 검정고시를 1년 동안 더욱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

그 결과 2022년 1회 고졸 검정고시에서도 초졸·중졸 검정고시 때와 마찬가지로 만점으로 합격하는 기염을 토했다.

7과목을 눈으로만 풀고 답을 말하면 감독관이 OMR카드 답안지에 마킹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치렀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대독·대필을 하면 시험시간을 과목당 10분 연장하는데 이수찬 씨는 시험시간 연장 없이 눈으로만 문제를 풀어 만점을 맞았다"라며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놀라워 했다.

이씨는 "옥천장애인자립센터에 수기를 쓰고 신문기사 스크랩 일을 도와주며 자연스럽게 장애인 인권개선 운동에 관심을 두게 됐다"라며 "대학교에 입학해 법학을 공부해 장애인 인권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처음에는 남들은 다해도 나는 못할 줄 알았다. 그러나 도전해 보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신명이 났다.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진 분도 하고 싶은 일에 희망을 버리지 않길 바란다"라고 응원했다.

홍기석 충북교육감 권한대행은 "배움을 향한 열정에 나이와 장애가 걸림돌이 될 순 없다"라며 "각자의 사정으로 어린 시절 학교를 다니지 못한 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sk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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