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대비 상경한 정호영..'강대강' 대치 속 첫 사령탑부터 '삐걱'

권영미 기자 2022. 5. 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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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원희룡 후보자와 함께 불법 혐의 고발하겠다"
의사단체들 '적임자'라며 지지 성명..임명된다면 6번째 '의사 장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 2022.5.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국민들의 여론과 당내 자진사퇴 압력에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 분위기가 점차 짙어지고 있다.

의사 단체들은 잇따라 '적임자'라며 지지 성명을 내고 있고 정 후보자 본인도 업무 파악을 위해 서울로 돌아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정 후보자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불법 혐의에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고발을 예고하는 등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 임명된다면 여섯번째 '의사 장관'…의사 단체들 잇따라 지지 성명

정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의사 출신 복지부 장관은 여섯번째다. 가장 최근이 분당서울대병원장을 지낸 정진엽 장관으로, 5년만에 다시 현장 의사가 복지부를 지휘하게 된다. 외과 전문의인 정 후보자는 코로나19가 대구경북 지역을 덮쳤던 시기(2020년 2~3월)가 포함된 2020년 8월초까지 3년간 경북대병원장을 지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의 16개 시도의사회 중 서울시의사회를 포함, 대다수의 시도 의사회가 성명서를 통해 '정 후보자가 적임자'라고 지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상황을 극복한 경험이 있고 여러 보직을 맡으면서 행정 경험도 풍부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후보자는 지난 주말에 대구에 머물다가 9일 오후 아무 예고없이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사무실에 출근했다. 복지부 측은 정 후보자 일정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 그간 일정이나 거취에 대해 함구해왔다. 정 후보자는 임명에 대비, 업무 파악을 위해 출근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후보자는 청문회를 마친 후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며 임명을 강행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에 정 후보자 고발이라는 강수로 맞설 계획이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9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후 "정 후보자를 자녀의 의대편입특혜·병역비리·위장전입·농지법 위반·임대사업 미신고·국유재산 위반·업무상 배임·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빠른 시간 내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해야할 일 산적했는데 첫 사령탑 신뢰성 '흔들'

만약 민주당이 정 후보자를 고발하고, 국민의 여론이 안좋은데도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데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의 방역 정책을 세워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에, 그리고 가을 코로나19 재유행이 올 수도 있는데 첫 사령탑에 대한 신뢰성부터 삐그덕거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 방역 경험이 있다고는 하나 정 후보자는 감염병 전문가도 아닌 외과 전문의다. 대구·경북 코로나 1차 유행 당시 몇달을 병원장으로서 지휘했다고는 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해야할 임무는 코로나 치료와 진단·병상 배정 관련 정책 수립, 거리두기 방식 개편, 매 사안마다 각 이익집단과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역할 등 해야할 일의 범위가 대폭 커진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는 "(복지부 장관은) 제각각인 보건전문가 의견도, 경제·사회 부처의 이견도 조율해야 한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종합하고 조율할 거버넌스가 있으려면 복지부 장관은 물론 그 아래 보건원장, 대변인 등까지 웬만큼 전문성과 행정력을 갖춰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 '무리수' 정호영 장관 선택한다면 이유는?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첫 복지부 장관을 윤 정권이 정 후보자로 굳이 써야할 이유가 '의료민영화'가 아닐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영리병원에 대한 찬반여부는 밝히지는 않은 상황이다. 지난 2월 윤 대통령은 영리병원에 대해 "법원 판결의 취지를 검토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영리병원에 국내 처음으로 조건부 허가를 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한 점,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공공의료 강화를 기반으로 한 '문재인 케어' 개편을 예고한 점 등을 고려하면 민간 주도의 의료체계 개편에 다소 우호적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그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제정 추진을 국정 과제로 내세운 점이 민영화의 포석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법은 보건의료, 사회복지, 교육, 언론, 정보통신 등을 '서비스 산업'으로 규정하고 이를 민영화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후보자는 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 답변서에서 "보건의료정책에 대해서는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여 의료 접근성과 형평성을 높여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민영화는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의료서비스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제고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해 민영화의 다른 이름일 수 있는 '경쟁력 제고'에는 여지를 뒀다.

ungaung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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