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한동훈 청문회, 14시간 만에 "딸 의혹 송구"..민주당 '헛스윙'도 도마에
[경향신문]
17시간 반 만에 청문회 종료…채택 불발
‘논문 대필’ 지적에 “벤슨과 접촉한 적 없어”
‘검찰 수사 중립성 우려’ 조목조목 반박
“조국 수사 눈 감았다면 꽃길 걸었을 것”
윤석열 정부의 ‘실질적 2인자’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이틀에 걸친 회의 끝에 10일 끝났다.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불발됐다. 여당에서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송곳 검증’을 예고했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실수를 연발해 ‘헛발 검증’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10일 오전 3시30분까지 약 17시간 30분 동안 한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지만 여야는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합의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보고서를 채택하자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각종 의혹과 관련한 추가 자료가 국회에 제출되면 채택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맞섰다.
한 후보자는 딸 한모양(17)의 ‘입시용 스펙 쌓기’ 의혹에 대해선 자정을 넘긴 새벽 청문회 14시간 30분 만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한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민주당의 공세에도 직접적인 사과 표현은 피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케냐 출신 ‘대필 작가’인 ‘벤슨(Benson)’이 한양의 논문을 대필했다는 의혹을 지적하며 “고교생이 케냐 사람과 어떻게 교신을 했겠냐. 적절치 않았다고 얘기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온라인 튜터(가정교사)의 도움을 받았지만 벤슨과 접촉한 적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한양이) 많은 지원을 받았고 제 아이여서 그럴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송구하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한 후보자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으며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수사하게 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가 윤석열 식구라는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되겠냐”고 했다. 그러자 한 후보자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제일 안 된 것은 지난 3년”이라며 “조국 사태 이후 할일 할 사람은 (검찰에서) 다 내쫓고 자기 사람으로 넣지 않았나. 지난 3년처럼 편향적인 검찰은 역사상 없었다”고 받아쳤다. 한 후보자는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정치검사”라고 하자 “제가 조국 수사에 눈감았다면 꽃길을 걸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가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아도 후배 검사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지휘할 수 있다”며 “후배들에게 아예 전화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했다. 한 후보자는 “후배들을 만나도 구체적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 후보자 딸의 스펙쌓기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오히려 면박을 당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남국 의원은 한양의 논문에 대해 “2022년 1월26일 (한양이) 논문을 이모하고 같이 제1저자로 썼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자는 “제 딸이요? 이모하고 논문을 같이 썼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김 의원은 한 후보자의 조카 최모씨가 고교 시절 외숙모인 의사 ‘이모 교수’와 논문을 작성한 것을 한양이 ‘이모’와 논문을 작성했다고 잘못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도 “확인해보니 기증자가 ‘한○○’로 나왔다”며 한양이 스펙을 쌓기 위해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명의로 보육원에 노트북 50대를 기증했다는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한 후보자는 최 의원이 제시한 후원물품내역 서류에 후원자가 ‘영리법인’이라고 적힌 부분을 지적하며 “한○○은 ‘한국쓰리엠’ 같다. 제 딸 이름이 영리법인일 순 없죠”라고 했다.
이수진 의원은 한 후보자가 “(장관 임무에 대한 당부를) 잘 새기겠습니다”고 답하자 돌연 “비꼬는 겁니까”라며 고성을 질렀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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