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왜 비싼가 했더니.. 정유사, 휘발유보다 더 올렸다
8일까지 주유소 13%만, 경유 유류세 추가 인하 반영
전국 주유소 3곳 중 1곳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경유 가격이 치솟은 영향도 있지만, 국내 정유사들이 휘발유보다 판매량이 많은 경유 가격에 마진을 많이 부과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공시된 전국 1만1040개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비교한 결과, 전날 기준 5620개(34.2%) 주유소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 가격과 휘발유 가격이 같은 곳은 1839곳(16.7%)이었다. 절반이 넘는 주유소에서 경유를 휘발유보다 비싸게 팔거나 똑같은 가격에 팔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휘발유 판매 가격을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은 리터(L) 당 1938.49원, 경유는 1931.32원으로 7원 가량의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휘발유와 경유의 평균 가격 차이가 평균 200원이었다.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 차이가 줄어드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국제 경유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국제 휘발유 가격이 오르는 속도보다 빠르다. 오피넷에 따르면 5월 첫째주 국제 자동차용 경유 가격은 배럴(158.9리터)당 163.1달러로, 올해 1월 첫째주(91.9달러) 대비 약 7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91.2달러에서 137달러로 약 50.2% 올랐다.
이달부터 20%에서 30%로 확대된 유류세 인하 효과가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영향도 있다. 시민단체 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경유 판매 가격에 유류세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한 주유소는 전체 주유소 가운데 13%에 불과했다. 오히려 가격을 인상한 주유소도 전체의 44.5%에 달했다.
정유사들이 유류세 인하 정책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전국의 직영주유소 760여곳에 세금 인하분을 즉각 반영하기로 했지만, 전체 주유소의 80%에 달하는 자영 주유소들 상당수가 유류세 추가 인하 전 공급받은 재고를 소진한 뒤 가격을 내려 반영 시점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유통비용과 마진을 과도하게 책정한 탓에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통상 정유사들은 원유 도입 비용과 이때 부과되는 관세에 정제비용 및 마진을 붙여 공장도 가격을 결정하고, 여기에 유류세를 붙여 주유소에 판매한다. 주유소는 다시 이 가격에 유통비용과 마진을 붙여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석유시장감시단이 지난 4월 한달간 국제 경유 가격과 공장도 가격을 분석한 결과, 정유사들은 국제 경유 가격이 20.23원 오를 때 공장도 가격을 75.80원 올렸다. 같은 기간 국제 휘발유 가격이 6.06원 오를 때 세전 공장도 가격은 19.25원 올렸다. 국제 가격이 1원 오를 때 국내 경유 판매 가격은 3.75원, 휘발유 판매 가격은 3.18원 올린 셈이다. 휘발유보다 경유에 더 많은 마진을 부과한 결과라는 게 석유사장감시단의 설명이다.
이서혜 석유시장감시단 연구실장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자 정유사들은 판매량이 많은 경유를 대상으로 마진율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며 “정유사들이 유통비용 및 마진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해 소비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휘발유 소비량은 8487만배럴, 경유 소비량은 1억6612만배럴로, 경유 소비량이 휘발유보다 2배가량 많았다.
정유업계는 경유 가격 상승이 마진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도변 주유소의 경우 전체 판매량의 80~90%를 경유가 차지하는데, 여기에 과도한 마진을 붙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최근 주유소 경유 판매 가격이 오른 이유는 국제 경유 가격 상승과 유류세 인하 효과가 휘발유에서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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