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잘 자란 벚나무가 태백 기후에 안 맞아 잘라낸다고?

배연호 2022. 5. 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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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태백시민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최근 태백시는 도심인 주공 사거리에서 서학 사거리 구간의 가로수인 벚나무 60그루를 모두 잘라냈다.

현재 태백시 가로수 6천 그루 중에서 가장 많은 나무가 벚나무다.

이들 자작나무는 20년 전에 가로수로 심어졌고, 시청 후문에서 공무원아파트 구간의 수종교체작업이 끝나면 태백시의 자작나무 가로수는 사실상 모두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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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시, 겨울·공해 약하다며 '싹둑'..이팝나무로 가로수 교체
"시민이 불쌍하고, 가로수가 불쌍..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
싹둑 잘린 벚나무 [촬영 배연호]

(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벚나무들을 왜 베어버리는지 아시나요?"

강원 태백시민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최근 태백시는 도심인 주공 사거리에서 서학 사거리 구간의 가로수인 벚나무 60그루를 모두 잘라냈다.

심은 지 20년 된 벚나무가 있던 자리에는 오는 6월 말까지 이팝나무를 심을 예정이다.

태백시의 수종교체 사업이다.

벚나무가 공해에 약하고, 겨울이 긴 태백의 기후에 맞지 않다는 것이 수종교체 이유다.

싹둑 잘린 벚나무 [촬영 배연호]
SNS 댓글 [캡처 배연호]

태백시 가로수 55% 차지…"예산 낭비 전형"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미쳤다"는 거친 목소리까지 나왔다.

현재 태백시 가로수 6천 그루 중에서 가장 많은 나무가 벚나무다.

벚나무가 차지하는 비율은 55%에 이른다.

태백시 설명처럼 기후에 맞지 않는다면 앞으로 잘라내야 할 벚나무만 3천200그루에 이른다는 이야기다.

태백시는 벚나무 60그루에 이어 시청 후문에서 공무원아파트 구간의 자작나무 43그루도 주목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자작나무가 태풍 등 자연재해에 약한데다 염화칼슘 살포 등 도로 제설작업으로 말미암아 고사율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태백시는 같은 이유로 지난 4월 화전사거리∼용연삼거리의 자작나무 241그루를 베어내고 이팝나무를 심었다.

벌목 예정인 태백시청 후문 자작나무 가로수 [촬영 배연호]
태백시 한 공무원의 문자 메시지 [캡처 배연호]

"자작나무는 고산·청정도시 태백을 상징"

이들 자작나무는 20년 전에 가로수로 심어졌고, 시청 후문에서 공무원아파트 구간의 수종교체작업이 끝나면 태백시의 자작나무 가로수는 사실상 모두 사라지게 된다.

노윤석 녹색탄소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0일 "자작나무는 고산식물이기 때문에 공해에 약하고, 이로 말미암아 대도시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태백에서 20년간 살아남았다는 것은 태백이 고산도시이자 청정지역이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처럼 태백시는 2021년 말 '겨울 도시' 태백의 특별한 아름다움으로 4대 명품 자작나무숲을 소개하면서 태백 자작나무 사진 공모전을 하기도 했다.

태백시는 올해 수종교체, 보식 등 가로수 정비에 5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태백시 공무원 A씨는 "시민이 불쌍하고, 가로수가 불쌍하고,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연합뉴스에 보내왔다.

b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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