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는 무조건 공짜?' 낡은 관행 깬 최윤 회장의 뚝심

이석무 2022. 5. 1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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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 대한럭비협회 회장이 2022 OK코리아 슈퍼럭비리그 2차 대회 일반부 우승을 차지한 한국전력공사 선수들에게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대한럭비협회
최윤 대한럭비협회장(오른쪽)이 한국전력공사 럭비단 창설을 이끈 박정기 전 사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럭비협회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럭비는 왜 공짜 관람일까”

한국 럭비 국내 리그 사상 최초로 진행된 ‘럭비 경기관람 티켓 유료화’는 최윤 대한럭비협회장(OK금융그룹 회장)의 질문 하나에서 시작됐다. 최상의 플레이를 보여주고자 1년 내내 훈련해온 럭비 선수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심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최윤 회장의 생각이었다.

‘럭비경기=무료 관람’이라는 당연하게 여겼던 기존의 관행을 깨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주변 럭비인들의 우려와 지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 7일 막을 내린 ‘2022 OK 코리아 슈퍼럭비리그’에는 럭비 관계자는 물론 일반 팬들까지 몰리면서 누적 관중 36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사람들이 존재 조차 알지 못했다고 해서 ‘비인지 스포츠’로 불렸던 럭비의 새로운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2022 OK 코리아 슈퍼럭비리그’ 2차 대회는 전라남도 강진 하멜럭비구장과 인천광역시 남동 아시아드 럭비 경기장에서 개최된 이번 대회에는 국내 럭비 일반부 4팀(포스코건설, 한국전력공사, 현대글로비스, 국군체육부대)과 대학부 4팀(고려대, 경희대, 단국대, 연세대) 등 총 240여명의 럭비 선수들이 참여한 가운데 1차 대회와 2차 대회로 나눠 총 24경기가 치러졌다. 지난 4월 9일 종료된 1차 대회와 지난 7일 끝난 2차 대회 모두 한국전력공사(일반부)와 고려대(대학부)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대한럭비협회는 올해 대회명을 ‘코리아 럭비리그’에서 ‘2022 OK 코리아 슈퍼럭비리그’로 변경하고 기존 대회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기존과 비교할 수 없는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선수들이 보다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번 2022 OK 코리아 슈퍼럭비리그는 사상 최장 기간으로 진행된 것은 물론 경기관람 티켓 유료화, 고화질 생중계 등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럭비 선수들은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2~3경기씩을 치러야 했다. 제대로 몸을 회복하지 못하고 경기를 반복하다보니 체력 소모는 말할 것도 없고 선수들의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그같은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이 짊어져야 했다.

최윤 대한럭비협회장이 2021년 취임한 뒤 가장 먼저 변화를 준 것도 대회 운영 방식이었다. 최윤 회장은 내부 회의와 여러 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쳐 매주 1경기씩 주말대회로만 치르는 ‘리그제’를 도입했다. 대회 기간도 43일로 늘렸다.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고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내국인 용병 트라이아웃’ 제도 역시 이와 같은 취지에서 도입했다.

티켓 유료화 정책도 한국 럭비 개혁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 ‘럭비 관람은 공짜’라는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한국 럭비의 가치를 높이고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판단이었다. 유료화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최윤 회장은 뚝심있게 밀어붙였고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다. 많지는 않지만 티켓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입장 수입은 럭비 발전에 재투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밖에도 새로운 변화가 이어졌다. 리그 대부분 경기를 생중계한 것은 물론 현장 관중들이 보다 생동감 있게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심판에게 마이크를 채웠다. 심판과 선수가 나누는 대화가 경기장에서 고스란히 들리니 팬들 입장에선 경기를 보는 재미가 더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 역시 “이번처럼 관중이 많은 건 20년간 럭비를 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대한럭비협회 관계자는 “럭비인은 물론, 럭비를 모르는 스포츠 팬들도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축제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며 “이번 럭비 리그가 럭비인들만의 잔치에서 벗어나 일반 스포츠팬들까지 럭비의 참매력을 전파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집행부 모두 만족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럭비를 향한 최윤 회장의 관심은 럭비 리그에 한정되지 않는다. 럭비 저변 확대와 더불어 올바른 인성을 갖춘 리더 양성을 목표로 자사고, 특목고, 국제학교 등 명문학교를 중심으로 ‘럭비 스포츠클럽’을 추진하고 있다.

럭비 학교 스포츠클럽은 학교 정규 교육과정 시작 및 종료 전후에 약 한 시간가량 진행되는 교내 공식 스포츠 프로그램이다. ‘럭비는 위험한 스포츠’라는 오해를 극복하고 ‘원팀, 노사이드 정신, 리더십, 희생·인내·협동 등 럭비의 교육적 가치를 알리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럭비 학교 스포츠클럽을 운영한 학교는 휘문고 한 곳에 불과했다. ‘운동하는 엘리트 학생 육성’에 효과적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는 휘문고, 중앙고, 배재고, 보인고 등 4곳으로 확대됐다. 럭비 스포츠클럽에 참여히는 학생수도 지난해 50명에서 올해 130여명으로 늘어났다. 대한럭비협회는 올해 가을을 목표로 럭비 스포츠클럽에 참가한 학생들이 모여 화합하고 교류하는 ‘럭비 아이비리그(가칭) 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최윤 회장은 “럭비 학교 스포츠클럽을 통해 럭비를 배운 학생들이 럭비 선수, 럭비 팬이 돼 대한민국 럭비 미래를 이끌 근간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윤 회장은 “24대 집행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2022 OK 코리아 슈퍼럭비리그는 끝났지만, 아시아럭비챔피언십(ARC), 남아공 럭비월드컵 등 우리 한국 럭비의 저력을 보여줄 대회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올해 하반기 3차 대회 개최를 검토하는 등 우리 선수들이 더 많은 경기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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