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더 늦기 전에 사랑할 때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은 어린이날이고 8일은 어버이날이며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어쩌면 어려운 살림에 챙겨야 할 사람이 많아서 가장은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달이기도 하다.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읊었지만 평범한 현대인은 5월이 잔인한 달인 셈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챙겨야 할 대상이 있다는 자체가 행복한 일이 아니던가.
나에게는 딸이 둘이 있다. 한없이 어린아이로 남아있을 줄 알았던 자식이 어느새 훌쩍 커서 세상 속으로 날아가 버렸다. 둥지를 떠난 자식은 돈이 떨어져야 부모를 찾는다. 자식이 평소에 전화 한 통이 없으니 나는 문자가 아닌 직접 통화를 해야만 용돈을 주는 것으로 정해버렸다. 그래야 자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나는 연로하신 부모님은 자식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줄 알면서도 뭐가 그리 바쁜지 일주일 한 달이 다 지나도록 전화 한 통도 못 드린다. 어쩌다 전화를 드리면 부모님은 무척 반가워하시며 전화를 끊으려 하지 않으신다. 그렇게 좋아하시는 것을 보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드리지 못한다. 딸이나 나는 자식의 입장에서 볼 때 철없기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사실 자식과 부모, 부부는 가장 친밀하고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이다. 대부분의 평범한 삶은 태어나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성장하여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이룬다. 자신의 부모처럼 자식을 낳고는 뒷바라지를 하고 늙어서 손주를 보는 재미로 한평생을 보낸다. 이러한 생애 주기는 누구나 비슷하다. 젊었을 때는 인생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서 부모와 다른 삶을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어느새 부모가 걸어갔던 길을 나도 똑같이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것이 별수 없는 우리의 인생길이다.
현명한 사람은 그 평범한 삶 속에서 인생의 의미와 진정한 행복을 찾는다. 그래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면서도 가족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미련한 인간은 자신의 헛된 욕망과 쾌락을 위해 가족을 버리거나 함부로 대한다. 가족이 필요로 할 때 헛짓거리로 인생을 낭비하고 늙고 오갈 곳이 없어서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래도 늘그막에 인생의 진정한 행복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죽는 것이 다행이다. 가족도 이루지 못하거나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은 뒤에 부귀영화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 그들이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알기나 할까.
우리나라는 농경 사회에서 산업화 사회로 급격하게 진입하면서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가 해체되어 왔다. 직장 따라 살다 보니 가족이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가정은 자연스럽게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모하였다. 이제는 핵가족도 4인 가족에서 2인 가족으로, 2인 가족에서 1인 가족 시대가 되었다. 가족이 해체되면서 우리는 행복을 가족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애쓴다.
가족의 해체는 행복공동체로서의 가족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각자 떨어져 살며 자기 삶에 충실하다 보면 가족공동체로서 해야 할 의무를 잊거나 저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행복해야 할 가족이 웃음을 잃고 불화가 잦기도 하고 각종 윤리적 문제와 사회적 폐단이 양산되고 있다. 가정의 해체는 저출산 문제의 중요한 요인이 됐고 고령화에 따른 윤리적 충돌도 심화했다. 그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더욱 증가했고 나 자신의 진정한 삶과 행복도 잃어가고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부담해야 할 짐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특정한 날을 정해서 그날만큼은 가족의 소중함을 알고 더욱 사랑하라는 뜻이리라. 가정의 달을 맞이해 더 늦기 전에 한 번쯤 가족의 의미도 되새겨보고 가족 구성원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반추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가족들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인지 아니면 불화를 조장하는 존재인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좋으리라. 죽을 때 후회가 들지 않을 정도로 가족을 사랑하고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실천하고 있는지 자신의 행동을 살펴보는 것이 배운 사람으로서의 의무가 아닐까.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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