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장 둔화에도 끄떡없다..LX세미콘, '매출 2조 클럽' 향해 돌격
하이엔드 제품 집중·고객사 다변화..'반도체 기지'로서의 역할 부각
(서울=뉴스1) 노우리 기자 = LX세미콘이 TV 수요 감소에 따른 디스플레이 업황 둔화 속에서도 올해 매출액 2조원을 거뜬히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이 각종 공급망 불확실성과 수요 감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용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하이엔드 제품에 집중해 전반적인 제품판매가를 대폭 높였고 중국을 중심으로 고객사를 다변화한 것이 효과를 봤다.
업계에선 LX세미콘의 급격한 성장세를 발판으로 LX그룹의 ‘반도체 비전’이 구체화될 수 있을지 주목한다. 최근 LX그룹은 DDI 설계와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X세미콘은 올해 연간 매출액 2조5490억원, 영업이익 4825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34.24%, 30.53% 늘어난 수치다.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에도 매출 5850억원, 영업이익 1279억원의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2020년 LX세미콘 연간 영업이익이 900억원대 중반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년 만에 1년 치 영업이익을 1분기 만에 달성할 정도로 기업 체급이 커진 셈이다.
업계에선 주요 응용처인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이 약세로 돌아선 가운데에서도 LX세미콘의 실적 호조세가 지속될지 주목한다. 복수의 시장조사기관 발표를 종합하면, 올해 1분기 TV 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20% 역성장했다. 올해 글로벌 TV 시장 연간 출하량이 2010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2억1164만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X세미콘의 매출 중 90%는 TV와 IT 제품에 들어가는 DDI에서 발생한다.
회사 측은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OLED 및 하이엔드 LCD에 들어가는 중대형 패널용 DDI 수요는 우상향 곡선을 꾸준히 그릴 것이라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패널에 들어가는 DDI 제품군은 디스플레이 수요 감소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판매가 늘고 있다”라며 “특히 LX세미콘의 경우, OLED DDI 매출 비중도 적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LCD용 위주 제품을 생산하는 경쟁사 대만 노바텍에 비해 LX세미콘은 OLED용 DDI 사업 비중이 약 45~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해 20% 넘게 큰 폭으로 올랐던 DDI 제품 가격대가 올해에도 꾸준히 유지되며 평균판매가격(ASP) 측면에서도 양호한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DDI를 제조하는) 8·12인치 파운드리 공급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DDI 가격은 상당히 견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 등 중소형 패널용 DDI 사업에선 고객사 다변화가 성과를 봤다. LX세미콘은 최근 몇 년간 중국 BOE, CSOT 등 고객사 판로를 지속해서 넓히면서 한때 90% 이상 차지하던 LG디스플레이 매출 비중을 70%대까지 낮췄다. 한 업체가 패널 재고 조정 과정을 거치더라도, 다른 업체 물량으로 이를 일부 상쇄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하반기부터는 LG디스플레이, BOE 등이 아이폰 14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패널 생산량을 늘릴 전망이라 이에 따른 DDI 공급 확대도 전망된다.
급격한 성장세를 중심으로 LX세미콘이 LX그룹의 ‘반도체 기지’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서울 양재동 LX세미콘 본사에 개인 집무실을 마련할 정도로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애착이 큰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LX그룹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매그나칩의 사업 범위가 DDI 설계와 생산 등 LX세미콘과 접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인수 구상이 실현될 경우 시너지 효과도 볼 수 있다.
정 연구원은 "LX세미콘은 LX그룹 성장을 견인할 계열사 내 핵심 위치에 있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준비 중인 실리콘 카바이드(SiC)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여러 가지 신사업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we122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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