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구찌·셀린느 변신..MZ 세대 잡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전효진 기자 2022. 5. 1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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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명품 업계 리브랜딩 주역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과 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전통적인 업(業)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는 기업은 유연성과 확장성 기반의 ‘지속가능한 정체성’을 담기 위한 리브랜딩(rebranding)을 결정한다. 신흥 소비층으로 떠오른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마음을 잡기 위한 움직임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리브랜딩의 성공열쇠는 무엇일까. 리브랜딩을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경계는 어디일까. ‘새로움’이라는 단편적인 공식에 빠지면 성공보다 실패의 가능성이 높으며, 기업의 핵심 자산을 파악한 뒤 이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실패의 확률을 줄이는 방법이었다. ‘이코노미조선’이 리브랜딩 기획을 통해 성공적인 리브랜딩 조건을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물어본 이유다. [편집자주]

무명 액세서리 디자이너에서 2015년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된 알렉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 몸에 달라붙는 패션인 ‘스키니 룩’ 창시자이자 남성복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에디 슬리먼(Hedi Slimane), 2021년 11월 28일(현지시각) 암 투병 끝에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루이비통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세기를 넘어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명품 패션 업계에서 혁신을 일군 디자이너들이다. 이들은 디자인의 변화를 넘어 리브랜딩(rebranding)의 주역으로 통한다. 명품 업계에서 리브랜딩은 양날의 검(劍)과 같다.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바꾸는 전략은 위험 부담이 크지만,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낡은 브랜드가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디한 아이콘’으로 재탄생하기 때문이다.

명품 업계에서 리브랜딩은 주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영입을 계기로 시작된다. 이들은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광고, 홍보 등 브랜드 비주얼과 관련된 모든 영역을 총괄한다.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 10년생)의 트렌드를 브랜드에 녹여내면서 브랜드의 전통성은 살리는 방식을 택했다.

성공적인 명품 리브랜딩의 공통점으로는 ‘지속 가능한 아이덴티티(sustainable identity)’ 전략이 있었다. 기본형에서 파생된 형태의 비주얼을 만든다는 의미의 유연성과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다양한 각도에서 활용하는 확장성도 중요했다. 완전히 낯선 것을 새로 접목하는 게 아닌, 기존의 것에서 가치를 재창조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1 알렉산드로 미켈레. 사진 구찌 2 구찌는 2021년 브랜드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발렌시아가와 협업인 ‘아리아(Aria)’ 컬렉션을 선보였다. 사진 구찌

‘구찌피케이션’의 알렉산드로 미켈레

“지금 내 기분 최고(I feel like Gucci)!”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중후한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던 구찌는 리브랜딩으로 한순간에 MZ 세대의 ‘힙(hip)’한 대명사로 떠올랐다. 무명의 액세서리 디자이너였던 미켈레를 2015년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하면서 다양성, 재미, 에너지가 가득한 브랜드로 이미지를 바꾸는데 성공했다.

미켈레는 사회적 기준이나 시선에 따라 자신을 맞추기보다 스스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방식으로 옷을 입는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했다. 그리고 규칙·성(性)·시대의 구분이 없는 스타일을 창조했다. 화려하면서도 빈티지하며 젠더의 구분이 없는 스타일을 ‘구찌피케이션(GUCCIFICATION)’으로 정의했고, ‘구찌파이 유어셀프(GUCCIFY Yourself)’라는 주제로 옷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미켈레는 2021년 구찌 브랜드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른 명품 발렌시아가와 협업인 ‘아리아(Aria)’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구찌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톰 포드(Tom Ford)와 발렌시아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에게서 ‘슬쩍 뽑아 온 아이템(pilfered item)’도 활용했다. 구찌의 이 같은 변신은 현재까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 조사 전문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구찌의 2021년 매출은 전년 대비 31.2% 늘어난 97억3000만유로(약 13조3398억원)로, 매년 증가세다.

3 에디 슬리먼이 디자인한 브랜드 셀린느의 2019·2020년 여성복 컬렉션 쇼에서 모델들이 걸어나오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4 에디 슬리먼. 사진 셀린느

남성복 패러다임을 바꾼 에디 슬리먼

이름만으로도 하이 패션 브랜드를 대변하는 인물이 있다. 슬리먼은 2000년대 초반 디올 옴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돼 처음으로 향수·시계 라인을 론칭한 이후 남성의 스키니한 패션과 젠더리스(양성성) 스타일을 선보였다. 2012년 이브 생 로랑으로 자리를 옮겨서는 여성에게 자유를 선사하고 과거의 시대 정신으로 돌아가겠다며 브랜드 명을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에서 ‘생 로랑(Saint Laurent)’으로 바꾸는 혁신적인 시도도 했다. 폰트를 바꾸고 자간을 좁혀 시크한 분위기와 미니멀리즘을 극대화했다.

타협 없는 그의 도전은 LVMH그룹의 셀린느로 자리를 옮기면서도 이어졌다. 프랑스의 명품 그룹인 LVMH는 루이비통, 펜디, 셀린느, 지방시 등 14개 명품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그의 타이틀은 ‘셀린느의 아티스틱 크리에이티브 이미지 디렉터’다. 단지 그가 의상뿐 아니라 비주얼, 스토어 콘셉트 등 모든 크리에이티브 영역을 총괄한다는 의미다. 여성복만 해오며 절제된 우아함이 특징이었던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지우고 그는 남성복 출시와 동시에 로고도 ‘Céline’에서 ‘Celine’으로 중성적으로 바꿨다.

2019년 선보인 첫 컬렉션에서 에디 슬리먼의 록시크(Rock Chic·블랙과 가죽 기반의 스타일) 감성에 적응하지 못한 기존 팬들 사이에서는 과거 피비 파일로가 이끌었던 셀린느(Céline)를 그리워하는 ‘올드 셀린느’ 바람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에디 슬리먼 스타일의 ‘뉴 셀린느’도 명불허전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5 버질 아블로 사망 이후 약 2개월이 지난 2022년 1월 20일 그의 마지막 컬렉션을 볼 수 있는 루이비통 2022년 가을·겨울 시즌 남성복 컬렉션 쇼가 진행됐다. 6 버질 아블로. 사진 루이비통

‘3% 접근법’으로 루이비통 바꾼 버질 아블로

“유머는 인류애를 위한 시작점이다.”

루이비통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버질 아블로가 생전에 한 대학에서 강연을 했을 때 언급한 말이다.

아블로는 164년 루이비통 역사상 최초의 흑인 디렉터였다. 그는 ‘소수·배타적’인 럭셔리 브랜드의 문을 젊은층으로 확대하려 했다. 옷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아블로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최대 미션으로 꼽았다. 뭐든 다르게 보이기 위해 아블로는 원본을 3%만 수정하면 완전히 새로운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는 ‘3% 접근법(3 percent app-roach)’을 주장했다. 하이엔드 스트리트웨어 파이렉스 비전(Pyrex Vision)을 설립했을 당시에도 그는 재고떨이 행사에서 반값(40달러)에 산 랄프로렌 셔츠에 ‘PYREX 23′이라는 프린트를 붙여 550달러에 되팔았다.

아블로는 기존의 명품이 택했던 전략인 ‘신비주의’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으며 ‘현실 세계(오프라인)’에 소극적인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했다. 잡지 광고 대신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 팬들과 대화했고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했다. 나이키·컨버스·스투시 같은 패션 브랜드는 물론, 이케아(가구)·바이레도(향수)·리모와(여행가방)·모엣샹동(샴페인) 등 패션 이외의 다른 분야와 과감하게 손을 잡았다. 이런 대담한 시도는 의외성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에게 호기심을 자극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블로의 명언이 수록된 ‘아블로이즘(Ablohisms)’도 발간됐다. 버질 아블로는 생전에 “제품을 파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제품을 그냥 파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제품에 개념이나 메시지를 더해 뭔가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버질 아블로는 무엇인가?’ 답을 찾기 위한 패션 업계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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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리브랜딩, 영혼을 불어넣다

①MZ 세대 마음 잡는 ‘리브랜딩 성공 법칙’

②[Infographic]브랜드 몸값 키우는 리브랜딩

Part 2. 리브랜딩의 성공 법칙

③전통의 명품 업계 리브랜딩 주역들

④[Interview] 쿠마세가와 카오루 기아 브랜드전략실장

⑤메타로 사명 바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의 실험

⑥또 돌아온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리브랜딩 나서

Part 3. 전문가 제언

⑦[Interview] ‘마케팅 석학’ 장 노엘 캐퍼러 파리경영대학 교수

⑧[Interview] 보 피네만 맥킨지앤드컴퍼니 마케팅 부문 파트너

⑨[Interview] 전성률 서강대 경영대 학장

⑩[Interview]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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