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언론 길들이기에 취한 윤석열 인수위
미디어오늘 1350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 이후 드러낸 대언론 논란을 '언론 길들이기' '비판 언론 솎아내기'로 규정한다.
논란의 시작은 인수위의 공영방송 간담회였다. 겉으로 내세운 명분은 '방송사들의 고충을 듣고 논의하는 자리'라고 했지만 정치 권력이 공영방송 관계자를 부른 것은 위화감 조성에 그 목적이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이 공영방송을 바로잡겠다며 '불공정' 보도 책임자를 지목하고 이참에 손을 보겠다는 듯 민영화 이슈를 꺼낸 상황에서 인수위의 공영방송 간담회는 '기강 다잡기'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언론은 언제든 찍어누를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관련기사 : 역대 최초 KBS·방문진·방통심의위 부르는 윤석열 인수위 / “인수위에서 언론사 간담회? 전두환밖에 없었다”]
일부 언론에 대한 인수위의 출입 거부 역시 '대언론 소통'에 심각한 결함을 드러낸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비평 매체라는 특수성 때문에 유관단체 가입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인수위는 유관단체 가입 증빙 서류 미비를 문제 삼아 본지의 출입을 거부했다. 타 정부 출입처에선 이에 관해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윤석열 인수위의 기준은 달랐다.
실제 유관단체 등록 여부가 인수위 출입 기준이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유관단체에 가입돼 있는 뉴스타파도 출입이 거부됐기 때문이다. 유관단체 가입은 그저 내세우는 허울일 뿐 입맛에 맞지 않은 매체는 인수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는 방침이 공유되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든다.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는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에 '신뢰하지 못하는 매체의 의혹'이라고 깎아내린 적 있는데, 매체 출입을 둘러싼 '고무줄 기준'에 비춰보면 비판 언론에 대한 보복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관련기사 : 인수위 출입거부 뉴스타파 “윤석열은 애완견 언론을 원하나” / '출입 거부 이유 도대체?' 제대로 답도 못하는 인수위 대변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출입 등록을 받으면서 기자 재산과 가족 및 친소관계 등 신상 정보(국정원 보안업무규정 서식 신원진술서)를 요구한 것도 '언론 길들이기' 목적이 다분하다. 실무진 착오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을 부를 만한 서식으로 기존 신원조회를 대체한 경위는 도무지 알 수 없다.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이 한 건물 안에 배치되기 때문에 더 높은 보안이 요구된다고 하지만 기자들 재산까지 포함한 정보의 요구는 '민간인 사찰'에 다름 아니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논란이 일자 양식을 바꾼 것으로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고자 했지만 윤 당선자의 대언론 인식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기자 정보가 그렇게 대통령실로 넘어갔다면 '언론 줄 세우기'를 위한 기자 관리 정보로도 활용됐을 것이다.
한 방송사 기자가 인수위 기자단 단체방에 남긴 “5년이 아니라 20년 만에 정권을 찾아온 것 같다. 하는 게 아마추어 같다”라고 혹평한 이유를 되돌아봐야 한다.
[관런기사 : 듣도보도 못한 인수위의 '기인완박' 신원조회서 논란 / 용산 대통령실 요구 기자 신원진술서는 실제 국정원 직원용]
대통령 집무실 기자실 출입 문제도 논란의 소지가 크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문호 개방 목적으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 출입 매체사를 그대로 인정하고 출입 매체를 추가로 받았다. 반면 윤석열 인수위는 기존 청와대 출입 매체에 대한 심사를 포함해 대통령실 출입 매체사를 새로 선정할 계획이다.
'공간의 제약'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지만, 이번 기회에 비판 언론을 솎아내고 우호적 언론을 출입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강경 보수 성향의 매체가 속해 있는 유관단체를 대통령 집무실 출입 등록 기준에 새롭게 추가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대통령실 출입등록 추가 협회 소속 매체 대표 기사 300개라니]
윤석열 당선자 지역 일정에 지역 기자단 취재를 배제한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 차기 권력자의 지역 방문은 지역 언론의 최대 이슈인데, 이들을 배제한 채 '중앙' 언론의 풀 취재 내용을 공유하라는 건 어느 실무진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지역 언론 입장에선 이와 같은 조치는 '취재 차별'인 동시에 지역민 알 권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몰상식한 행위다. 참다못한 한국기자협회 소속 지역기자협회는 '취재 통제'라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비판 보도에 법적 대응을 고수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검찰 인사권자의 고소는 앞으로도 의혹 보도를 찍어누르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언론을 상대로 윤석열 인수위가 드러낸 각종 논란이 부디 정권 교체기에 돌발적으로 벌어진 '실수'이길 바란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경시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에 대한 무모한 도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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