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 정치·경제·안보 상황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조선일보 2022. 5. 10.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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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역대 당선인 신분으로서는 처음으로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 새로 마련된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당선인 대변인실 제공/뉴스1

윤석열 정부가 10일 대통령 취임식을 갖고 공식 출범한다. 윤 정부는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에 대한 실망감과 정권교체의 열망으로 탄생했다. 지난 5년간 상식과 정도를 벗어난 내로남불 국정 운영을 바로잡아 달라는 국민들의 기대가 그만큼 높다. 하지만 지금 새 정부가 직면한 정치·경제·안보 상황은 1998년 외환위기 속에 출범한 김대중 정부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미국의 급격한 긴축 정책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세계 경제 전체가 침체 국면으로 빠지고 있다. 물가와 환율, 유가가 동시 급등하는 ‘신(新) 3고’도 뚜렷하다. 국가 부채는 지난 5년간 415조원이나 늘었고, 가계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다시 들썩인다. 김정은은 육성으로 ‘선제 핵 타격’을 위협했다. 잇단 미사일 도발에 이어 전술핵 실험(7차)도 이어질 조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사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북핵 위협에 시달리고 부채 늪에 빠져 경제 삼각 파도에 흔들리는 게 현실이다. 거야(巨野)인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과 내각 출범을 사실상 막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도 일일이 제동을 걸 태세다. 코로나 거리 두기는 해제됐지만 언제 변이가 재창궐할지 모른다. 사방이 난제다.

윤석열 정부는 ‘3고’에 맞서 물가를 잡고 금융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규제 완화와 민간 기업 중심의 혁신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큰 과제다. 민간에 부동산을 원활히 공급하고 과도한 세금은 낮추되 집값이 다시 오르는 것은 막아야 한다. 탈원전으로 망가진 원전 산업을 되살리고 국가 에너지 계획도 다시 짜야 한다. 코로나 피해 구제와 일자리 대책이 시급하지만 나라 곳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지키기 힘든 공약과 정책은 욕 먹을 각오로 국민에게 솔직하게 이해를 구했으면 한다. 고갈 위기를 맞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의 해법도 찾아 나가야 한다. 모두가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어려운 과제들이다.

북한은 새 대통령 취임 때마다 어김 없이 핵·미사일 도발을 해 왔다. 핵 위협이 현실화하면 우리 혼자 힘으론 막을 방법이 없다. 핵은 핵으로만 막을 수 있다. 미국과 북핵을 막을 실질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문 정부 5년간 형식화돼버린 한미 동맹을 복구하고 역대 최악인 한일 관계, ‘3불’ 저자세로 일관한 한중 관계도 모두 정상화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을 제대로 하려면 끊임 없이 국민의 뜻을 살피고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의 지지와 동의 없이는 어떤 정책도 펴기 힘들다. 청와대를 떠나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취지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 대선에서 0.73%포인트, 24만7000표 차 승리의 의미를 항상 되새겨야 한다. 내 편만 챙기는 국정을 해선 안 된다. 내로남불이 아니라 공정과 상식,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국민은 바라고 있다.

야당이 횡포를 부리고 발목을 잡아도 계속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길을 가겠다’는 오기의 정치는 갈 길을 스스로 막을 수 있다. “야당의 양식 있고 합리적인 의원들과 멋진 협치를 하겠다”던 약속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야당도 바뀔 수 있고 국민도 박수 칠 것이다. 성과를 내기 위해 조바심을 내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쇠고기 협상을 서두르다 ‘광우병 파동’을 부른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당선 후 “항상 소통하고 언론 앞에 자주 서겠다”고 한 초심도 잊지 말아야 한다. ‘불통의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만 듣지 않아도 큰 성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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