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문재인의 무책임, 윤석열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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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만 피곤하게 만들어
새 정부는 거창한 개혁보다
작은 일부터 책임지는 정치를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부터 1826일의 임기를 시작한다. 새 정부는 뭔가를 ‘개혁’하려 애쓰기보다 뭐든지 ‘책임’지는 자세를 먼저 보여줬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 5년은 ‘무책임한 개혁의 시대’였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문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개혁을 거론한 자리가 137회 검색된다. 한 달에 두 번꼴이 넘는다. 취임식 땐 ‘재벌 개혁’만 언급했다. 이후 검찰 개혁, 경찰 개혁, 국정원 개혁, 사법부 개혁, 이 모두를 아우르는 권력기관 개혁이 뒤따랐다. 국방 개혁, 교육 개혁, 언론 개혁이 이어졌고 경제 분야에서 규제 개혁, 재정 개혁, 세제 개혁, 부동산 개혁, 공정경제 개혁, 농정 개혁, 일자리 개혁이 언급됐다. ‘한국판 뉴딜 법·제도 개혁’이란 것도 추진했고, G20 정상회의에 가서는 ‘WTO 개혁’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촛불혁명’이 진짜 혁명이 아니었듯, 문재인 정부의 개혁도 개혁의 외피를 두른 정치 투쟁에 불과했다고 본다. 국민은 개혁 때문에 피곤해졌고,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개혁은 주체와 대상이 다르다. 주체의 시선이 대상을 겨눈다. 개혁을 빌미로 정적을 공격하거나 자신에게 불리 또는 불편한 제도와 기구를 뜯어고친다.
우리 헌법에 대통령이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대통령의 ‘책무’로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국가기관이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것은 국민 주권의 당연한 결과다.
책임은 시선을 내부로 돌린다는 점에서 개혁과 대척점에 있다. 내가 법을 어기고 있지 않은지, 행동이 도덕적으로 옳은지, 이렇게 해도 정치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많은 경우 책임을 외면하고 회피했다. 매일 2000억원씩 빚을 내 국가 채무 1000조원 시대를 열어놓고 다음 정부는 재정 지출 증가율을 5% 이내로 억제하라는 준칙을 만들었다. 탈원전 때문에 한전 적자가 늘어도 전기 요금 인상을 막고 대선 후 새 정부가 올려 받으라고 했다. 꼭 필요했지만 표가 안 되는 연금 개혁, 노동 개혁은 쳐다도 안 봤다. 서해 피살 공무원 유족에게 정보 공개 약속을 지키지 않아 고3 학생으로부터 “무책임하고 비겁하다”는 말까지 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책임에 관해 ‘최저기준의 원칙’을 적용했다. 정치·도의적 책임은 무시했다. 합법이냐 불법이냐만 따졌다. 불법이 드러날 것 같으면 개혁의 이름으로 법을 바꿨다. ‘검수완박’이 한 예다.
요즘 민주당은 무책임한 정치가 어떤 모습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대선에 패한 지 2달 만에 대통령 후보는 국회의원에, 당 대표는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책임이란 말을 아예 다른 뜻으로 쓰는 듯하다. 자기가 시장을 지낸 분당을 버리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출마가 곧 당선이라는 지역으로 가면서, ‘나의 패배로 당이 어려워졌으니 그 책임을 지기 위해 출마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 전 지사가 당선돼 불체포특권을 누리고, 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에 내려가 새 정부 발목을 잡을 때 민주당식 무책임 정치는 완결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런 행태가 상식에 목 타는 국민을 자극해 윤 대통령이 오늘 취임식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보수 정치의 핵심은 국가 존립과 국민 안위에 대한 책임감이다. 윤 대통령은 불필요한 개혁을 내세워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그저 자신의 직무 수행에 대한 모든 법적·정치적·도덕적 책임을 온전히 지겠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그것이 상식과 공정의 시작이며 전임 대통령의 무책임이 훼손한 헌법 가치를 바로 세우는 헌법 수호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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