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뚜렷해진 미국의 세계전략과 한반도
[경향신문]
우리나라의 생존과 발전, 평화의 전략은 미국의 세계전략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자 동맹국인 관계로 그 영향이 때로는 직접적이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꾸준히 진행되어 온 미국의 세계전략이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신냉전 시대로의 회귀’로 그 모습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는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세계전략의 특징과 내용,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세계전략과 충돌하고 있는 중국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그리고 미·중 간 전략경쟁이 한반도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우선, 최근 미국의 세계전략의 특징과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미국은 세계 강대국 정치 판짜기에서 러시아를 봉쇄하고 고립시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을 전범으로 규정하고, 러시아의 정권교체에 대한 희망의 속내를 드러내고, 러시아의 약화를 목표로 하면서 푸틴을 대화와 협상의 상대로 삼고 있지 않다.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치적 해결’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사실상 미국은 30년 전 소련이 붕괴한 이래, 특히 지난 20여년 동안, 줄곧 ‘미국과 유럽 간의 동맹’(Transatlantic Alliance) 즉 나토(NATO)를 강화해 왔고, 이는 나토의 동진(東進)정책으로 나타났다. 이는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리고 미국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미국이 주도하는 21세기형 국제정치 판짜기를 완성시키려는 모습이다.
둘째, 미국은 자신의 군사적·경제적 부담은 줄이고 유럽의 부담을 증가시키면서 러시아 봉쇄와 고립의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올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독일은 작년 2021년 국방비 470억유로의 두 배가 넘는 1000억유로를 2022년 국방비로 증액하기로 했다. 독일 외에도 스웨덴, 벨기에, 폴란드,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덴마크, 프랑스, 라트비아, 네덜란드 등이 뒤를 잇고, 영국과 캐나다도 국방비 증액으로 나아가고 있다.
1949년 창립 당시에 12개국이었던 나토는 2022년 현재 30개국으로 확대되어 있다.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해체된 바르샤바조약기구의 국가들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유럽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해 있다. 이번 5월에 핀란드와 스웨덴까지 나토에 동시 가입신청을 하기로 했다.
셋째, 미국은 ‘유럽 대 러시아’의 대결 구도를 고착화시키면서, 중국을 중·러연합으로부터 분리해 내어 본격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의 대결을 강화해 오고 있다. 2011년 버락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 2017년 도널드 트럼프의 인도·태평양전략과 이에 맞선 2012년 시진핑의 ‘중국몽’과 2013년 일대일로 전략이 본격적으로 부딪치면서, 미·중 간 전략경쟁은 지정학적·지경학적 대결과 기술, 가치, 이념, 체제의 전쟁으로 확대되고 심화되어 왔다. 그런데 미국의 세계전략은 주도적이고 공세적인 반면, 중국은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미국의 세계전략은 중·러연합으로부터 양국을 서로 분리해 내어 각개격파하되, 그 수단으로서 유럽에서는 미·유럽 동맹(나토)의 강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는 한·미·일 3국 동맹과 쿼드(QUAD)의 강화를 통해 양국을 봉쇄하고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판박이 지역전략인 셈이다.
그렇다면, 미·중 간 전략경쟁이 한반도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첫째,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자국의 중국전략의 맥락 속에서 다룸으로써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적극 해결하지 않고 동아시아 정치에서 지정학적, 군사적 이익을 위한 구실로 이용한다’는 소위 음모론이 더욱 힘을 받을 우려가 있다.
둘째, 미국이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대북정책이나 평화정책 이니셔티브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 미국이 동맹국인 우리에게 더 많은 군사적, 경제적 부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처럼 미·중 양국의 세계전략·지역전략의 충돌과 그 영향은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우리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으로만 대응하면 단기적으로는 큰 비용을 치르지 않겠지만,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중 양국에 대한 균형정책이 다시 논의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적 능력을 발휘해 주기를 희망한다.
백학순 김대중평화회의 집행위원장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군 대령, ‘딸뻘’ 소위 강간미수···“유혹당했다” 2차 가해
- 김재섭, 윤 대통령-명태균 통화 “부끄럽고 참담···해명 누가 믿냐”
- [스경X이슈] ‘나는 솔로’ 23기 정숙, 하다하다 범죄전과자까지 출연…검증 하긴 하나?
- 친윤 강명구 “윤 대통령, 박절하지 못한 분···사적 얘기”
- 70대 아버지 살해한 30대 아들, 경찰에 자수…“어머니 괴롭혀와서” 진술
- [한국갤럽]윤 대통령, 역대 최저 19% 지지율…TK선 18% ‘지지층 붕괴’
- [단독]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 일었던 양평고속도로 용역 업체도 관급 공사 수주↑
- 김용민 “임기 단축 개헌하면 내년 5월 끝···탄핵보다 더 빨라”
- 미 “북한군 8000명 러시아서 훈련 받아…곧 전투 투입 예상”
- “선수들 생각, 다르지 않았다”···안세영 손 100% 들어준 문체부, 협회엔 김택규 회장 해임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