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과학기술인력 확보에도 경고등 켜졌다[동아광장/이성주]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2022. 5. 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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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학령인구, 과학기술 인력 감소와 직결
韓, 외국 인재엔 매력 작고 국내 인재는 유출
재취업 활성화하고 해외 인재 기여도 높여야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 제안되고 있다. 지난 정부에 이어 새 정부의 우선 추진과제 중 하나도 인구정책이 아닐까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2032년까지 일하는 인구(25∼59세)의 12%가 감소할 것이라 한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는 향후 과학기술 인력의 감소와도 직결된다. 이에 새 정부에서는 저출산 완화와 함께 인구 감소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인구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동시에 예견된 미래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하여 인구 감소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기업에서 미래전략 수립에 활용되는 도구 중 ‘PEST 분석’이 있다. PEST 분석이란 기업이 처한 거시환경을 정치(Political), 경제(Economic), 사회(Social), 기술(Technological) 관점에서 파악하는 기법이다. 거시환경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 않아 쉽게 간과되지만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개구리가 있는 물을 아주 천천히 데우면 끓는 물에서 뛰어나오지 않고 그대로 죽는 것처럼, 변화는 느리지만 미리 대응하지 못하면 그 결과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과 직접 연계된 산업환경만을 주로 분석한 과거와 달리 지금은 기업 전략 수립에 있어 거시환경 분석에도 집중하고 있다. 인구 감소가 바로 그러한 거시환경이다. 게다가 발생 가능성이 높고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대응 방안 모색을 위해서는 정확한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하는 세계인재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안타까운 상황이 잘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외국 인재들에게 크게 매력적이지 않으면서 국내 인재들의 유출은 여전히 높은 나라이다(64개국 중 외국인 고급 인력들이 느끼는 매력도 46위, 국내로의 해외 유학생 수 40위, 인재 유출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정도 24위). 여성 인력의 활용도도 낮다(64개국 중 47위). 다행히 정보통신기술, 공학, 수학, 자연과학 분야 졸업생이 12위, 학업성취도 평가가 6위로 과학기술 분야 잠재 인력은 우수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의 과학기술 역량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우수한 기존의 인력을 더욱 잘 활용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외부의 인력을 새로 확보하는 것이다. 기업에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기존 설비의 가동률을 높이거나 신규 설비를 추가 도입하는 것처럼 말이다.

첫째, 기존 인력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퇴직 인력, 여성 인력, 재취업 인력 등 유휴 인력들이 최대한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 왔다. 예를 들어, 고경력 과학기술인 지원 사업 등을 통해 퇴직 인력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등을 통해 여성 인력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는 미래에는 이들이 기존의 커리어를 이어가며 과학기술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실제 해외에서는 교수들이 은퇴 후에도 큰 규모의 연구팀을 이끌며 주목할 만한 과학기술 성과를 발표하곤 한다. 더불어 과학기술 분야 인구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확한 인력 통계도 필요하다.

둘째, 신규 인력 확보에 있어서는 해외 인력을 국내로 유입시키지 않고도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해외로의 인재 유출이 낮은 국가들은 노르웨이, 스위스, 아랍에미리트, 네덜란드, 덴마크와 같이 국가 자체의 매력도가 높다.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이다. 반면 우리는 당장 국가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도, 외국인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과학기술인을 포함한 해외 인력들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외부 인력을 통해 혁신의 효율을 높였던 P&G는 내부 직원, 공급자, 퇴직 인력, 해외 인력 등을 모두 자사의 내부 연구개발(R&D) 인력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중국은 해외 우수 인력들을 발굴하고 자국의 과학기술 인력과 연계하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글로벌 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교육과 연구에 있어 과학기술 분야 글로벌 협력을 확대하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창의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선진국형 혁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과학기술계의 고민이 깊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역량을 발휘할 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고민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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