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문화 입히는 도시 재생, 삶의 질 높인다
지중해의 항구도시 프랑스 마르세유에는 ‘라 프리쉬 라벨드메’라는 이색 관광 명소가 있다. 1866년 12만㎡ 규모의 대규모 담배공장이 들어섰다가 1990년대 수많은 실업자들만 남긴 채 폐업하면서 버려진 공간이 됐는데, 프랑스 정부가 폐공장을 매입해 가난한 예술인들의 문화 거점으로 만든 곳이다. 도시의 흉물로 전락한 낡은 공장 지대에 예술가들이 보금자리를 틀면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버려진 담배 공장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짓는 대신 문화와 예술의 옷을 입혀 연간 120만명이 찾는 문화 명소로 재탄생한 도시 재생(再生)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최근 낙후된 구도심에 재개발이나 문화재생으로 중산층 이상 사람들이 몰려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면서 해당 지역의 문화·역사적 가치를 살리는 동시에 생활환경 개선으로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천에선 옛 인천터미널 이전으로 상권이 붕괴되고 주민 절반이 이주해 버린 용현동 일대에서 주민 공동체 회복, 골목상권 활성화과 함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비룡공감 2080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마을 단위의 주민공동체 공간, 옛길의 역사를 담은 보행자 중심 테마 거리 등을 조성하는 한편, 노인과 청년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 활성화와 상권 회복을 같이 추구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무리한 갈아엎기가 아니라 지역 특색을 보존하고 활용해 주민 삶이 녹아든 정체성을 수립해나가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삶의 역사가 깃든 공간 특성과 가치를 균형 있게 고려하고 지역 격차를 해소하는 문화와 철학의 도시재생으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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