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메타버스 사피엔스] [3] 나의 현실, 우리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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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증강현실, 메타버스….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중심으로 ‘현실’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아날로그 현실’이 아닌 새로운 ‘디지털 현실’을 구현해 새로운 소통과 거래의 플랫폼으로 제공하겠다는 생각이겠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진다. ‘새로운’ 현실을 만든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현실을 만들 수 있다는 걸까? 현실이란 과연 무엇일까?
일상적 경험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질문들이다. 눈을 뜨면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들이 현실이지 않은가? 현실이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 아니었던가? 유럽인들이 ‘알 하젠’이라 불렀던 중세 아랍 과학자 이브 알-하이삼(965~1040)은 이미 1021년 출간된 ‘광학의 서’에서 물체에 반사된 빛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외부 현실의 작은 ‘복사판’이 몸과 뇌 안으로 들어오기에 인간은 현실을 인식할 수 있다는 말이겠다. 하지만 현대물리학과 뇌과학을 기반으로 우리는 이제 서서히 인정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현실에 존재하는 건 양자파동 정도일 테니 ‘색깔’ ‘형태’ ‘소리’ ‘의미’ 등은 모두 뇌를 통해 만들어진 임의적 결과물들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은 현실의 입력값(input)이 아닌, 뇌의 후처리를 통해 완성된 출력값(output)이다. 특히 진화적으로 참과 진실이 아닌 생존을 위해 최적화되었기에, 뇌는 언제나 내 눈에 보이고 내가 믿는 현실이 바로 진실이라고 설득하려 한다. 덕분에 비슷한 유전자, 언어, 그리고 문화적 배경을 통해 서로 비슷한 현실에 대한 믿음이 공유되는 순간, 임의적으로 만들어진 개인적 현실을 우리는 객관적 진실이라고 착각하기 시작한다.
결국 인간의 뇌 그 자체가 진화적으로 만들어진 인류 첫 가상현실이자 증강현실이기에, 우리는 이제 기술의 발전을 통해 도입될 디지털 현실 역시 충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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