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위기의 중국 축구
이원홍 전문기자 2022. 5. 10. 03:03
중국 축구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은 올해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탈락했다. 중국은 2006 독일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이탈리아의 명장 마르첼로 리피를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하고 브라질 출신 엘케손 등을 귀화시켜 자국 대표로 뛰게 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월드컵 예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을 공동 개최했던 2002년을 제외하고는 월드컵 본선에 나간 적이 없다. 리피 감독은 예선 도중 성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났다. 리샤오펑 감독 체제로 최종예선을 치른 중국은 올해 2월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에 1-3으로 완패하며 최종예선 탈락이 확정됐다. 자국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한 뒤 7전 전패를 기록 중이던 베트남에마저 패하자 많은 중국 팬들이 극도의 실망과 분노를 표시했다. 화가 난 팬이 망치로 TV를 부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중국 대표팀만 위기를 겪고 있는 건 아니다.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표출된 중국 팀들의 모습은 보기에 민망할 정도였다. 지난 시즌 중국 최상위 리그인 슈퍼리그 우승팀이자 중국 축구협회(FA)컵 우승 등 2관왕을 차지했던 산둥 타이산은 대구 FC(한국)에 0-7, 우라와 레즈(일본)에 0-5 등 대패를 당한 끝에 1무 5패, 2득점 24실점의 초라한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중국 슈퍼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문 팀 광저우 FC의 성적은 더 참혹하다. 울산(한국)에 0-5,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에 0-8로 졌던 광저우는 6경기 동안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24실점 하며 6전 전패로 탈락했다.
중국 팀들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이 같은 성적을 낸 것은 주축 선수들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중국 슈퍼리그 개막 일정이 불투명해졌고, 중국 팀들은 슈퍼리그를 우선시하느라 혹시라도 일정이 겹칠까 봐 주요 선수들을 AFC 챔피언스리그에 내보내지 않았다. 경험이 적은 20세 전후의 선수들만 내보내다 보니 체력과 기량에서 크게 밀렸다.
명색이 아시아 최고의 팀들이 출전하는 무대에 너무 수준 낮은 팀을 내보내 중국 축구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렸다는 비난이 안팎에서 쏟아졌다.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일정이 모두 끝난 지금까지도 슈퍼리그는 개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럴 거면 뭐 하러 주전 선수들을 파견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구단과 축구계의 행정력까지 비난받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있다. 중국 팀들의 재정 상황이 흔들리고 있는 점이다. 2011년부터 슈퍼리그를 7연속 우승하고 2013년과 2015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광저우 FC는 모기업인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해체설까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사업을 하는 헝다그룹은 중국의 부동산 대출 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난해 부채가 350조 원을 넘었다. 광저우 FC는 세계적인 감독과 선수들을 영입하며 한때 축구계에서 ‘차이나 머니’의 상징처럼 떠올랐지만 지금은 외국 선수들과의 계약을 줄줄이 해지하고 있다. 장쑤 FC가 2020년 슈퍼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모기업인 가전업체 쑤닝그룹의 어려움으로 2021년 전격 해체된 충격을 겪었던 중국 축구계는 당시 사태가 재발할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 구단들은 한때 중국 내 ‘축구 굴기’ 분위기 속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2019년 기준 중국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23억 원이 넘어 일본의 5배, 한국의 11배 수준이었다. 이후 선수들의 연봉을 대폭 삭감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결국 방만한 운영이 부담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중국 구단들의 70%가 임금 체불 문제를 겪고 있다는 뉴스도 있었다.
중국 축구의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 승부 조작이라든지, 실력보다 연줄이 우선시되는 점이라든지, 개인들의 훈련 태만과 투쟁심 부족 등이 제기되곤 했다. 하지만 현재 고조되는 위기에서는 이러한 개인적 문제들 외에 구단 운영의 비효율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더해지고 있다. 이를 방치하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중국 축구도 거품을 빼고 내실을 추구할 때가 오고 있다.
중국은 올해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탈락했다. 중국은 2006 독일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이탈리아의 명장 마르첼로 리피를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하고 브라질 출신 엘케손 등을 귀화시켜 자국 대표로 뛰게 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월드컵 예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을 공동 개최했던 2002년을 제외하고는 월드컵 본선에 나간 적이 없다. 리피 감독은 예선 도중 성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났다. 리샤오펑 감독 체제로 최종예선을 치른 중국은 올해 2월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에 1-3으로 완패하며 최종예선 탈락이 확정됐다. 자국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한 뒤 7전 전패를 기록 중이던 베트남에마저 패하자 많은 중국 팬들이 극도의 실망과 분노를 표시했다. 화가 난 팬이 망치로 TV를 부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중국 대표팀만 위기를 겪고 있는 건 아니다.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표출된 중국 팀들의 모습은 보기에 민망할 정도였다. 지난 시즌 중국 최상위 리그인 슈퍼리그 우승팀이자 중국 축구협회(FA)컵 우승 등 2관왕을 차지했던 산둥 타이산은 대구 FC(한국)에 0-7, 우라와 레즈(일본)에 0-5 등 대패를 당한 끝에 1무 5패, 2득점 24실점의 초라한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중국 슈퍼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문 팀 광저우 FC의 성적은 더 참혹하다. 울산(한국)에 0-5,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에 0-8로 졌던 광저우는 6경기 동안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24실점 하며 6전 전패로 탈락했다.
중국 팀들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이 같은 성적을 낸 것은 주축 선수들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중국 슈퍼리그 개막 일정이 불투명해졌고, 중국 팀들은 슈퍼리그를 우선시하느라 혹시라도 일정이 겹칠까 봐 주요 선수들을 AFC 챔피언스리그에 내보내지 않았다. 경험이 적은 20세 전후의 선수들만 내보내다 보니 체력과 기량에서 크게 밀렸다.
명색이 아시아 최고의 팀들이 출전하는 무대에 너무 수준 낮은 팀을 내보내 중국 축구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렸다는 비난이 안팎에서 쏟아졌다.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일정이 모두 끝난 지금까지도 슈퍼리그는 개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럴 거면 뭐 하러 주전 선수들을 파견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구단과 축구계의 행정력까지 비난받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있다. 중국 팀들의 재정 상황이 흔들리고 있는 점이다. 2011년부터 슈퍼리그를 7연속 우승하고 2013년과 2015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광저우 FC는 모기업인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해체설까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사업을 하는 헝다그룹은 중국의 부동산 대출 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난해 부채가 350조 원을 넘었다. 광저우 FC는 세계적인 감독과 선수들을 영입하며 한때 축구계에서 ‘차이나 머니’의 상징처럼 떠올랐지만 지금은 외국 선수들과의 계약을 줄줄이 해지하고 있다. 장쑤 FC가 2020년 슈퍼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모기업인 가전업체 쑤닝그룹의 어려움으로 2021년 전격 해체된 충격을 겪었던 중국 축구계는 당시 사태가 재발할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 구단들은 한때 중국 내 ‘축구 굴기’ 분위기 속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2019년 기준 중국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23억 원이 넘어 일본의 5배, 한국의 11배 수준이었다. 이후 선수들의 연봉을 대폭 삭감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결국 방만한 운영이 부담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중국 구단들의 70%가 임금 체불 문제를 겪고 있다는 뉴스도 있었다.
중국 축구의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 승부 조작이라든지, 실력보다 연줄이 우선시되는 점이라든지, 개인들의 훈련 태만과 투쟁심 부족 등이 제기되곤 했다. 하지만 현재 고조되는 위기에서는 이러한 개인적 문제들 외에 구단 운영의 비효율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더해지고 있다. 이를 방치하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중국 축구도 거품을 빼고 내실을 추구할 때가 오고 있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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