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국제공항은 '세계로'가 필요하다
봄기운을 타고 가덕신공항 건설이 이제 정부의 문턱을 넘었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당사자인 부울경 특별자치단체 입장에서는 당초대로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온 주민이 힘을 모아야 할 중대사이다. 특히 국제공항과 도시 내부와의 연결이 아주 중요하다. 그래야 국제공항도 살고 부울경 공항배후 도시들도 같이 발전 한다.
서울에는 한때 귀빈로라 불리는 도로가 있었다. 지금은 마포대로라고 불리는데 1979년에 김포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외국손님들의 서울 첫인상을 국제도시처럼 개선시키고자 정부가 이 길을 귀빈로라 정하고 길가의 건물용적률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조치를 취한 일이 있다. 지금 이 도로는 마포대교에서 광화문까지 도로변에 고층건물이 머리를 맞대고 즐비하며, 그 뒤로도 고층으로 잘 연결되어 개발됐다. 마포대교 건너의 여의도부터 따지면 최근에는 거의 마천루급의 초고층건물들이 이 도로를 연하여 들어서고 있다. 건물도 호텔 오피스 상업건물 금융회사 공공건물 등으로 상당히 세련된 도시 콘텐츠를 과시한다.
부산도 김해국제공항이 있고, 시내로 들어오는 도로가 몇 개 있다. 그러나 어느 도로 하나 부산을 국제도시로 인상 지을 만한 도시의 각이 나오는 근사한 대표도로가 없다. 오히려 김해국제공항에서 한참을 가다가 수영이나 해운대 정도 가야 현대식 고층건물을 구경할 수가 있다.
싱가포르는 창이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이 크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이스트코스트라는 해변도로이며, 하나는 탐피니스라는 곳을 지나면서 들어오는 내부도로다. 두 도로 모두 공항에서 시내까지 도로변은 잘 지어진 고층건물로 이어진다. 해안도로는 주거용 건물들이 고층으로 즐비하며, 내부도로는 업무용 건물들이 고층으로 시내까지 이어진다.
부산의 경우, 김해국제공항과 가덕신공항에서 진입하는 낙동강 다리를 건너 사상에서 주례 개금 가야 서면 일대를 연결하는 도로를 귀빈로 수준으로 고층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미 서면에서 주례부근까지 여기저기 시가지 정비가 진행되는 곳들이 있는데, 대로변이나 이면의 낡은 건물은 아직도 상당하다.
가덕신공항 건설을 계기로 이제라도 이 도로변을 서울의 귀빈로 급으로 용적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면, 각기 구역에 맞는 새로운 도시역할을 적절히 부여하여 고루 발전시킬 수 있다. 예컨대 낙동강 다리를 건너면서 만나는 사상지역을 지나는 도로변 고층지역은 주례 부근까지 국제업무용 고층건물 지역으로 할당할 수 있다. 지금 사상공단 지역은 전반적으로 스마트밸리 사업이 부산시 차원에서 전개된다고 한다. 공업지역을 스마트도시로 만드는 도시개발은 국제적인 관심지역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번에 글로벌기업을 부산에 유치하고, 업무지원을 할 수 있는 고층건물로 구성된 국제업무지구가 사상지역에 필요한데, 이 도로변이 그런 면에서 적절하다고 본다.
이어지는 주례에서 서면까지는 주변에 대학과 주택, 작은 기업건물과 상업용 건물들이 많다. 따라서 이 지역을 고층의 상업건물 문화시설 연구단지와 기업 본사 공공건물이 들어서도록 유도한다면 이미 도시현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서면일대, 시청 방면과 연결돼 조화를 이룰 것이다. 이 도로는 도시내부로 범내골을 거쳐 북항과 중구로 자연스레 연결된다.
지금 상하이 오사카 등 부산 주변의 글로벌 도시들은 팬데믹으로 도시경제 타격이 아주 크고, 완전한 도시경제 회복도 얼마나 걸릴지 잘 모른다. 그러나 부산은 가덕신공항과 2030부산월드엑스포 등의 특수경기를 살려서 가장 먼저 주변 글로벌도시 중에서 정상화의 길을 열 수 있다고 본다. 이 시기를 부산 국제도시 도약기로 삼을 수 있다.
도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글로벌 인재들은 ‘포용적이며 다양하고 혁신적인 장소’에 끌린다고 했다. 이는 부산의 도시역사성과 도시문화성의 특징을 잘 적시한 말로서, 가덕신공항과 부산월드엑스포의 열기에 힘입어 부산이 글로벌 도시답게 공항진입로의 고층화도로 전략을 지금부터 세밀히 검토하고 잘 가다듬어 보자.
기왕에 만든다고 한다면 부산은 귀빈로가 아니라 ‘세계로’라는 이름을 붙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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