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탈장수술 받으러 서울 간다고요?

황성환 부산제2항운병원장 2022. 5. 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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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외과의사가 맨 먼저 배우는 대표적인 수술이 맹장(충수염), 탈장 수술이다. 필자는 레지던트 1년 차 때 맹장수술을, 2년 차에 탈장수술을 배웠다. 3년 차가 돼 주야간에 발생하는 잡다한 응급수술을 도맡았다. 3년 차 말부터 큰 수술의 시작과 끝을 교수님 대신 마무리하고 운이 좋은 날이면 스승의 감독하에 대수술을 완성하기도 했다.

그림= 서상균 기자


탈장은 복벽의 약해진 틈 사이로 복강 내 장기가 빠지는 질환이다. 탈장이라 하면 보통 음낭을 따라 빠지는 사타구니(서혜부)탈장을 떠올리지만 탈장의 종류는 의외로 많다. 배꼽이 빠지는 배꼽탈장, 수술상처를 따라 빠지는 복벽 탈장, 옆구리로 빠지는 측벽 탈장, 요추 탈장, 장루 주위 탈장, 회음 탈장 등 듣기에 생소한 이름의 탈장이 있다. 최근 운동선수 혹은 운동을 즐겨하는 사람에 복압이 증가하며 발생하는 스포츠 탈장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서혜부 탈장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9 대 1의 비율로 많이 생긴다. 남성에서 평생 탈장이 생길 확률은 약 27%이고, 여성은 3%로 알려졌다. 발생학적으로 우측에 많다. 좌측에 탈장이 있어 병원을 내원한 경우는 우측 탈장이 있는지도 의심해야 한다. 탈장낭으로 빠진 내용물이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지 않는 상태를 ‘감돈’이라 하고, 빠진 탈장의 목이 졸리는 것을 ‘교액’이라 한다. 교액이 지속되면 내용물이 썩을 수 있어 위험하다. 때문에 탈장은 발견 즉시 수술한다.

탈장의 수술 방법은 수십 가지로 소개된다. 여성의 서혜부 탈장 수술은 어렵지 않아 탈장낭만 해결하고 탈장이 빠진 부위의 단순 봉합으로 10분 이내 수술이 끝나고 회복도 빠르다. 탈장의 수술 방법이 많은 이유는 탈장 증상의 이질성 때문이다. 탈장이라고 똑같은 패턴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수술 방법은 외과의사의 개인적 능력이나 수련 과정, 선호도는 물론 의사가 속해 있는 병원의 시설과 장비에도 영향을 받는다. 환자가 방문하는 A 병원과 B 병원의 수술 방법이 다를 수 있다.

탈장수술의 세계적인 추세는 인공막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로 확대돼 가는 중이지만 절개수술도 존중받는다. 세계적인 유명세에 경영학 교과서의 표본으로 종종 등장하는 캐나다 온타리오 쏜힐의 지역중소병원인 숄다이스 병원은 한 가지 탈장수술 방법으로 77년 동안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탈장 수술 방법이 절개술이고 숄다이스 수술법이라 부른다. 시원하게 크게 열고 수술해 수술이 쉽지만 큰 상처 탓에 며칠 입원해야 하고 일상 회복까지도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 병원을 찾는 환자는 수술 후 통증이 있지만 참을 만해 수술의 당연한 결과라 여긴다.

학계에는 절개술과 복강경 수술의 장·단점이 명확히 설명되고 그 적응도 잘 정리돼 있다. 필자는 1992년 복강경 수술을 익혔지만 절개술도 선호한다. 고령에다 기저질환으로 전신 마취에 부적합하거나 탈장에 지방종, 음낭수종이 동반되면 절개술이 환자에 적합하다. 반면 배가 두꺼운 비만 환자나 재발 탈장은 큰 상처 없이 작은 구멍만으로 수술할 수 있어 안성맞춤이다. 복강경의 해상도는 30년 전과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실물보다 뚜렷하게 확대돼 작은 조직과 혈관까지도 현미경 보듯 관찰돼 안전한 수술이 보장된다. 최첨단 장비와 외과의사의 손기술이 어우러져 수술은 예술과 같다.


인공막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니 나쁘니 하는 때아닌 이슈는 자신을 부각시키고자 동료를 폄하하고 결과를 침소봉대하려는 일부 병의원의 상술에서 생겨난 논란이다. 인체적합 인공막은 수술 시 조직을 대체하거나 긴장을 보강하는 목적으로 개발됐고, 용도에 맞게 사용될 경우 안전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찬찬히 둘러보면 우리 부산에 수술기술 뛰어나고 인품 좋은 동료 외과의사가 참 많다. 레지던트 2년 차도 하는 수술을 과대·과장 광고에 현혹돼 시간과 돈을 허비하며 탈장수술 받으러 서울로 가는 환자의 모습에 씁쓸한 마음 가눌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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