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27] 아들딸 구별 없는 유아복
섬세한 레이스와 자수로 장식된 드레스 차림에, 건강을 지켜준다는 빨간 산호 치발기를 손에 쥔 아기가 강아지 한 마리를 무릎에 얹고 제법 의젓하게 앉아 있다. 공주님이 틀림없는데 제목을 보니 영국왕 찰스 2세의 초상화란다. 그러고 보니 귀가 길고 털이 부드러운 이 얼룩 강아지의 견종이 요즘 반려견으로 인기라는 ‘킹찰스 스패니얼’이다. 그렇다면 초상화 주인공은 이 개라는 말인가?
사실은 눈부신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힌 이 아기가 훗날 30세 생일에 왕으로 등극하게 되는 왕세자 찰스다. 19세기까지 서양에서는 아들도 예닐곱 살이 될 때까지 드레스를 입혔다. 이유는 무척 현실적이다. 지퍼와 똑딱단추가 없던 시절에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갓난아기, 배변 훈련이 안 된 어린이들에게 벗기는 데만 한 세월이 걸리는 바지를 입혀 두면 감당이 안 된다. 게다가 드레스는 한 벌만 있어도 쑥쑥 크는 아이들 몸에 그럭저럭 맞춰 입힐 수 있으니, 귀족이 아니더라도 유아복은 아들딸 구별 없이 드레스였다.
찰스 2세는 프랑스왕 앙리 1세의 딸 헨리에타 마리아와 영국왕 찰스 1세 사이에서 태어났다. 보다시피 반려견을 유달리 좋아해 견종에 자기 이름을 붙인 게 지금까지 전해진다. 헨리에타 마리아는 이 그림을 아이의 외할머니 마리 데메디치에게 보내면서 월령이 겨우 네 달 반인데 어찌나 크고 튼실한지 다들 돌쟁이로 본다고 했다. 역시나 성인이 된 찰스 2세는 어디서도 눈에 띄는 큰 키였고, 예쁘장한 공주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러니 요즘의 기준으로 옛 그림 속 인물의 차림새를 보고 남녀를 구분하는 건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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