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에너지 대란.. 영국 가스·전기료 140만원 오른다
EU 주요국, 2곳 빼고 모두 올려
영국의 에너지 기업 스코티시파워는 올 하반기에 가정마다 가스·전기 등 에너지 요금을 연간 900파운드(약 140만원) 더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지난달 영국의 에너지 가격은 지난해보다 54% 올랐는데, 올 10월에 47%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선 에너지 요금 규제 기관 ‘오프젬’이 매년 4월과 10월 에너지 요금 상한선을 결정한다. 오프젬 결정에 따라 영국 2200만 가구 에너지 요금이 좌우된다. 키스 앤더슨 스코티시파워 CEO는 8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에너지 요금에 부담을 느끼지 못했던 시민이 갑자기 늘어난 요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머리를 모아 해결책을 찾아내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
지난해부터 석유·액화천연가스(LNG)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계의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해외 국가 대부분은 원가 변동을 전기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채택하고 있어, 연료비 급등은 짧은 시차를 두고 곧바로 전기 요금에 반영된다. 우리나라 역시 연료비 연동제를 따르고 있지만, 지난해에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하지만 한국전력이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면서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나라마다 전기요금 급등
세계 각국에선 전기 요금이 잇따라 인상되고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지난해 스페인(51.7%)·이탈리아(31.6%)·영국(18.8%) 전기요금이 18~52% 급등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하반기 회원국 2곳을 제외하고 모든 국가에서 전년보다 전기요금이 올랐다고 밝혔다. 일본은 전력 회사 10곳이 전기 요금을 각자 결정하는데,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도쿄전력 기준으로 평균 요금이 지난해 5월 6822엔(6만6200원)에서 올해 5월 8505엔으로 24.7% 올랐다.
게다가 석탄·천연가스 등 기존 화력 발전의 대체재로 언급되는 재생 에너지 역시 전기 수요를 충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석탄·천연가스 등 전통적인 발전 시설이 재생 에너지로 대체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퇴출당하고 있어 미국 전역에서 전력 부족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지역 전력 수급을 총괄하는 캘리포니아 독립시스템운영국(CISO) 관계자는 WSJ에 “2025년까지 약 3800MW(메가와트) 규모의 전력 수급이 지연될 수 있다”고 했다.
◇새 정부, 전기요금 추가 인상 불가피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 당시 유가에 따라 전기요금을 kWh당 3원 인하했다. 하지만 이후 유가가 크게 올랐지만,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미뤄오다 지난해 4분기 3원 인상했고 올해 1분기엔 동결했다. 연료비를 감안하면 전기요금은 지난해 2분기에는 kWh당 2.8원, 3분기에는 4.7원, 4분기에 13.8원, 올해 1분기에는 kWh당 29.1원 인상 요인이 있었다.
전기 요금이 동결되면서 한전은 지난해 5조8601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때문에 올해 4월 전기요금을 올렸고, 10월에도 추가 인상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새 정부가 원가 연동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전기 요금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9일 인사청문회에서 “에너지·전기 요금을 눌러놓으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했다.
화석연료 가격 급등에 따라 전기 요금이 인상되면서, 가격이 안정적이고 지정학적 변수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원전 역할이 부상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50년까지 전력 수요의 25%를 원자력 발전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2일 트위터에 “10년마다 원전 1기를 짓던 것을 매년 1기를 지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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