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금 이 시점에 쌀 생산 감축은 말도 안 된다
[경향신문]
정부는 5월 말까지 쌀값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쌀생산조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 말까지 농업인과 감축 약정을 맺고 벼 재배 면적을 줄이는 게 당초 목표였으나 이달 말까지 연장한 상태다. 쌀 생산 감축정책을 보면 2003년부터 3년간 쌀생산조정제, 2011년부터 2년간 논 소득 기반 다양화 사업,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논 타 작물 재배 지원사업을 시행한 바 있다, 올해는 벼 재배면적을 지난해보다 3만2000㏊ 줄인 70만㏊를 목표로 쌀생산조정제를 시행 중이다.
이러한 쌀값 안정 대책은 농업인의 소득 지지와 과잉 생산에 따른 재고량 관리로 과다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려는 것이 주된 사유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이상기후로 인한 가뭄 등의 여파로 어느 때보다 식량 무기화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자국 안보를 이유로 밀, 쌀과 같은 전략적 물자의 수출을 금지한 외국의 사례를 수차례 목도해 왔다. 이번 전쟁이 끝나더라도 정상적인 생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곡물 수입국 중 7위이고, 사료를 포함한 곡물 자급률이 19.3%(2020년 기준)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쌀 생산 감축 운동을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1980년 우리나라는 냉해에 따른 쌀 흉작과 곡물 메이저의 횡포로 당시 가격의 3배에 가까운 금액으로 쌀을 수입한 적이 있다. 차라리 넘치는 것이 부족한 것보다 낫다고 본다.
이 시점에서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전쟁과 가뭄은 상당 기간 주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쌀 소비 감소와 쌀 생산 과잉에 따른 쌀값 하락 고충은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쌀 생산 감축운동은 당분간 유예돼야 한다. 유예기간 동안 과잉 생산되는 쌀의 가격 하락분은 정부에서 부담해야 한다. 산지 쌀값 하락이 쌀생산조정제 한 달 연장을 불러왔지만 사실 산지 쌀값 하락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는 지역농협, 특히 미곡종합처리장(RPC)을 보유한 농협이 입고 있다. 대부분 수매를 완료한 후 판매하는 상황이라 금년처럼 쌀값이 하락하면 그 타격은 고스란히 농협이 받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지역농협에 대한 지원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한편 비료, 농약, 농자재 등 원자재값 상승과 농촌 현장의 인건비 상승 등 농업경영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쌀뿐만 아니라 모든 농산물의 생산 단계부터 불안하다. 주위에는 농산물 생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 농업연수생의 원활한 입국 지원과 대국민 농촌봉사활동 활성화, 쌀 소비촉진 운동 전개, 쌀을 활용한 제품과 사료용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농업활동 자체는 누구나 인정하는 공익적 활동이고 국가 유지의 중요한 기능이다. 또한 밥은 곧 백성의 하늘이다. 하늘이 무너지지 않도록 전향적인 농정을 펼치기 바란다.
임창덕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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