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尹에 덕담 한마디 없이 '셀프칭찬' 퇴임..오바마는 10일 전 고별연설

손덕호 기자 2022. 5. 9.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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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퇴임식 없어 아쉽다"며 사실상 퇴임식 준비
文, 퇴임 연설서 '윤석열' 한 마디 언급 없어
오바마 "트럼프에 최선 다해 가장 유연한 이양"
이명박 "박근혜 당선인과 새 정부에 따뜻한 축복"
오바마는 10일 전, 부시·MB 5일 전 고별 연설
文, 퇴임 직전 연설..盧와 달리 마지막 날 지지자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인 9일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메시지로 가득 찼다. 오전에는 퇴임 연설을 하면서, 취임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덕담 한 마디 없이, 문재인 정부의 ‘성과’만 열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달았지만, 새 정부에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라”는 당부만 남겼다.

다른 대통령들의 퇴임사에서 들을 수 있었던 차기 대통령에 대한 성공 기원 메시지 등은 없었다. 한국 대통령은 ‘퇴임식’이 없지만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사실상의 ‘퇴임식’을 준비했고, 청와대 앞에 모인 지지자들은 아이돌 그룹 팬클럽을 방불케 하는 일사불란한 패션과 응원을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퇴근길 마중 나온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文정부 5년간 국민 갈등 극에 달했는데…尹정부에 “갈등 골 메워라”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에서 10분간 퇴임 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5년간에 대해 ‘셀프 칭찬’으로 연설을 가득 채웠다. 먼저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이며, 선도국가가 되었다”면서 “저의 퇴임사는 위대한 국민께 바치는 헌사”라고 했다.

북한이 4년 4개월 만에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이라는 ‘모라토리엄(유예)’을 파기하고, 이달 안에 7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평창’만 이야기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시켜 냈다”면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우리의 의지만으로 넘기 힘든 장벽이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 위기와 관련해서는 “한국은 가장 빠르게 경제를 회복했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로 크게 성장했다”며 그 배경으로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는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고만 했다.

문 대통령은 오후 6시에는 청와대에서 걸어 나와 ‘퇴근’을 했다. 청와대 정문 앞에는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민주당의 당색인 파란 색 옷과 모자를 갖춰 입고, 걸어 나오는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보며 환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일 오후 청와대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청와대에서 퇴근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앞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애석하게 대한민국 대통령은 취임식만 있고 퇴임식은 없다. 아쉬움이 많다”고 했었는데, 일종의 약식 ‘퇴임식’인 셈이다. 탁 전 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오늘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퇴임식이 있었다. 국민 여러분이 만들어주셨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수백명의 지지자 앞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 고맙습니다. 다시 출마할까요?”라고 말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조국 사태’와 부동산 민심 악화로 수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콘크리트 지지층’ 덕분에 40%대 지지율로 퇴임하는 문 대통령은 “여러분 덕분에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퇴임 후에도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 성공한 대통령이었습니까”라고 물은 뒤, “네”라고 외치는 지지자들에게 “성공한 전임 대통령이 되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했다.

◇오바마, 트럼프 비난하는 지지자들에게 “안 된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 ‘셀프 칭찬’과 지지자들을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그 예를 찾기 힘들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을 5일 앞둔 2013년 2월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퇴임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DB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고별 연설은 퇴임 열흘 전인 2017년 1월 10일 이뤄졌다. 정 반대되는 인물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청중들에게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저는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에게 최선을 다해 부시 대통령이 저를 위해 했던 것과 같이 가능한 한 가장 유연한 이양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퇴임을 닷새 앞둔 2009년 1월 15일 고별 연설을 했다. 부시 전 대통령도 후임인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성공을 기원했다. 또 오바마 전 대통령의 취임식을 “미국에 희망과 긍지의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한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닷새 전인 2013년 2월 19일 퇴임 연설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온 국민과 함께 박근혜 당선인과 새 정부에 따뜻한 축복을 보낸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한 박 전 대통령과 갈등을 겪었고, 박 전 대통령 때문에 ‘세종시 수정’이 좌초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후임자에게 성공을 기원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2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간 뒤 지지자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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