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홍콩 '공안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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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홍콩에서는 행정장관 선거를 미인대회에 빗댄 방송이 화제를 모았다.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과반 지지를 얻는 후보자 2∼3인을 선정하면 홍콩인이 이 중 한 명을 고르라는 것이다.
화가 난 홍콩인들은 그해 9월부터 직선제 시행과 행정장관 사퇴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 법안은 홍콩 정부가 중국 등에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 탄압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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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범죄인 인도 법안에서 촉발된 반중시위가 불붙었다. 이 법안은 홍콩 정부가 중국 등에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 탄압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했다. 6개월 이상 시위가 이어지며 700만 홍콩 시민 중 100∼200만명이 길거리에 나섰다. 세계 20여개 도시에서도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군부대까지 동원한 완력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1997년 홍콩반환 때 중국 공산당은 ‘일국양제’ 원칙을 명시하면서 ‘항인치항(港人治港 : 홍콩은 홍콩인들이 다스린다)을 2047년까지 50년 동안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간선제이던 행정장관 선출 방식도 2017년부터 직선제로 바꾸겠다고도 했다. 홍콩인의 시위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시진핑 주석 시대 들어 이 약속은 산산이 깨졌다. 중국은 작년 3월 친중 인사만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바꿨다. 개편안은 전인대 자격심사를 통과한 3∼4명을 놓고 친중파 선거인단 1500명이 투표로 뽑는 게 핵심이다. 미인대회보다도 더 후퇴한 선거방식이다.
그제 치러진 행정장관 간접선거에서 친중 강경파인 리자차오(李家超·영문명 존 리) 전 정무부총리가 혼자 출마해 94%의 찬성으로 당선됐다. 그는 경찰 출신으로 민주화 시위 때마다 경무청 보안국장 등 요직을 맡아 강경진압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민주화 인사를 무차별 체포·구금하고 빈과일보를 비롯한 반중 매체 폐간 등 언론탄압도 마다치 않았다. 한때 자유와 번영을 구가했던 홍콩은 공안통치의 암흑기에 들어서며 쇠락의 길을 걸을 게 뻔하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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