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 치솟는데..쌀값은 '잠잠'

이호준 기자 2022. 5. 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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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태국·인도 등 주산지 작황 양호
전쟁 등 수급 불안 요인 없어 안정
국내선 가격 하락세에 긴급 수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치솟고 있지만 국제 쌀 가격은 안정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산지 작황이 나쁘지 않은 데다 전쟁 같은 수급 불안 요인도 많지 않아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쌀값이 많이 떨어진 한국은 정부가 일부 물량을 시장에서 긴급 수매해 가격 폭락을 막으려는 정책까지 펴고 있다.

9일 농촌경제연구원의 해외곡물시장 동향과 미 농무부의 ‘세계 쌀 수급전망’을 보면 세계 10대 쌀 수출국인 태국산 쌀 가격은 2021년 2월 t당 552달러에서 올 2월 429달러로 22.3% 하락했다. 코로나19 초기 수급불안 우려로 주요 쌀 수출국이 잇따라 수출금지 정책을 펼치면서 단기간에 치솟았던 국제 쌀 가격은 작황 호조와 공급망 회복에 힘입어 예년 가격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인도의 쌀 생산량은 1억2900만t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도는 올해 2050만t을 해외에 수출, 최대 쌀 수출국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태국도 올해 1970만t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2058만t보다는 부족한 수준이지만, 전년 대비로는 생산량이 204만t 더 늘었다. 이밖에 베트남, 파키스탄, 미얀마 등 주요 쌀 수출국들도 역대 최대치 또는 이에 육박하는 생산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밀 수출량 30%, 옥수수 수출량 20%, 해바라기유 수출량 80%를 차지하는 흑해지역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심각한 공급망 붕괴를 초래한 것과는 달리, 쌀은 역대 최고 수준의 작황이 어이지고 있는 것으로 밀, 옥수수, 대두의 선물가격은 전년 동월대비 88.7%, 36.7%, 18.7% 급등한 것과 대비된다.

다만 밀, 콩 등 다른 곡물들의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대체제로 쌀을 찾는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3월 국제 곡물시장에서 밀 현물가격은 1t당 495달러를 돌파하며 쌀 가격을 뛰어넘었다. 쌀과 밀을 주식으로 혼용하는 아프리카나 유럽 지역에서 쌀 수요가 늘어나고 밀 대신 쌀을 가공한 식품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쌀 가격도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의 농수산물유통정보를 보면 9일 현재 쌀(일반계) 20㎏의 도매가격은 4만9160원으로 1년 전(5만8700원)보다 9540원(16.3%) 낮다. 정부는 쌀값이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지난해 생산된 쌀 물량 일부를 시장에서 격리하는 조치를 지난해 말부터 계속 진행 중이다. 지난해 생산된 쌀 388만t 가운데 예상 수요량 361만t을 정부가 사들이는 것으로 총 27만t을 시장에서 격리할 예정이다. 국내 쌀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해 작황이 좋았던 반면 코로나19로 학교급식이 줄어들면서 쌀 소비량이 축소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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