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선 배달음식에 유튜브만..친구들 있어 좋아요"

김기범 기자 2022. 5. 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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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지자체 직영 '강동구 어린이식당' 가보니

[경향신문]

서울 강동구 ‘어린이식당’에서 지난 2일 진행된 책읽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동구 제공
꿈나무카드 소지한 어린이와
맞벌이 가정 만 6~15세 이용
2500원에 양질의 저녁 제공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운영
돌봄 공백 해소 지역민 호평

“집에 있었으면 배달음식 시켜 먹고 유튜브 보면서 엄마·아빠 기다렸을 거예요. 그것보단 여기서 친구들이랑 같이 먹고, 같이 노는 게 진짜 좋아요.”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동구 구천면로 ‘어린이식당’. 이곳은 책을 보고, 친구들이랑 놀고, 밥을 먹는 많은 어린이들로 활기찼다. 기본적인 식당 기능 외에도 놀이방과 서재 등 식사 후에도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 있다.

어린이식당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이들은 대부분 집에서 배달음식을 주문하거나 분식을 사먹은 뒤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면서 부모가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했다. 천호초등학교 6학년 A군(13)은 “전에는 학원 끝나고 집에 가서 동생들이랑 엄마·아빠를 기다리면서 게임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천호초 5학년인 B양(12)도 “학원 갔다가 집에 가면 부모님이 오시기 전까지 유튜브를 보곤 했다”며 “저녁으로는 떡볶이를 사먹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강동구가 지난해 12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한 어린이식당은 지자체가 마련한 전국 최초의 어린이 전용 식당이다. 이용 대상은 꿈나무카드를 소지하고 있거나 맞벌이 가정으로, 강동구에 주민등록이 돼있는 만 6~15세 아동이다.

이곳은 어린이에게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함과 동시에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려는 목적에서 문을 열었다. 실제 어린이식당에는 꿈나무카드가 있는 저소득층 아동도 많이 오지만 맞벌이 가정 자녀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와 저소득 가정의 비율은 현재 6 대 4 정도다.

지난 1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동안 도시락을 제공하다 지난달부터 다시 정상 운영을 시작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어린이 30명가량이 오후 5~6시쯤 찾아와 저녁을 먹는다.

맞벌이 부부들의 호응이 높은 이유는 2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들이 양질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데다 하교 후 학원에 갔다가 부모가 퇴근하기 전까지 돌봄 공백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만난 어린이 대부분이 학원 2~3곳 수업을 마친 후 이곳에 와서 저녁을 먹고,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천호초 2학년 C양은 “한글공부방과 피아노학원 끝나고 식당에 왔다가 친구들, 언니·오빠들이랑 놀다가 간다”며 “집에 가서 혼자 휴대폰으로 노는 것보다 여기서 노는 게 더 재밌다”고 말했다.

어린이식당에서는 전문 영양사가 어린이들의 편식 등 잘못된 식습관을 바로잡기 위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어릴 때 올바른 식사를 하도록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강동구청 홈페이지에는 다른 지역 주민들이 ‘우리 동네에도 어린이식당을 만들어달라’는 게시글을 올릴 정도로 호응이 높다. 강동구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도 모집해 돌봄과 교육 기능을 강화하고 식당에 머무는 시간이 긴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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